[2018 SK 프리뷰 17] ‘패기 무장’ 이원준, SK에도 신인왕 후보가 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11 15: 01

“원준이를 주목해서 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정말 좋은 공을 던집니다. 신인왕 후보가 되지 않을까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SK 불펜이지만, 서로를 향한 격려의 목소리는 그럴수록 높아진다. 그런데 유독 선배들의 칭찬을 받고 있는 한 투수가 있다. 2년차 우완 정통파 이원준(20)이 그 주인공이다. 구력이 제법 된 선배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당당한 체격에 강한 공을 던진다는 무한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SK의 1차 지명을 받은 이원준은 올해 SK 전지훈련의 최대 신데렐라였다. 1차 전지훈련에 합류한 것도 처음인데, 2차 오키나와 캠프까지 완주하며 잠재력을 뽐냈다. 그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의미다. 이원준은 최고 140㎞ 중·후반에 이르는 빠른 공이 최대 무기다. 여기에 키가 커 각도도 상당히 좋다. 이는 천부적인 재질이다. 여기에 빠른 공과 짝을 이루는 슬라이더의 위력도 수준급이다.

사실 지난해 1군 데뷔를 이룰 뻔도 했던 이원준이다. 퓨처스리그(2군)에서의 성과가 나름 괜찮았고, 1군 투어를 통해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도 받았다. 그 결과 6월 15일 1군에 첫 등록됐다. 이원준은 “2군에서 경기 후 쉬고 있는데 1군에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놀라기도 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고 팀 사정 탓에 곧바로 2군에 내려갔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다고 미소 짓는 이원준이다. 이원준은 “신인 신분으로 1군에 등록된 것 자체가 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 같아 기뻤다.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불의의 발가락 골절상으로 1군 진입의 기회는 더 없었지만, 1군이 그다지 멀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여기에 1군 캠프를 함께 치르다보니 자신감도 쌓인다. 배울 것도 많고, 느낀 점도 많다. 2년차 투수에게는 실로 귀한 경험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투구 매커니즘상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생각’을 바꿨다는 게 이원준의 이야기다. 이원준은 “그 전에는 마운드에 올라가면 너무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손혁 코치님께서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세게, 강하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임하라. 마음을 편하게 가져라’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 후로는 공에만 집중하고 있다. 강하게 던지는 게 통하니까 자신감도 생겼다”고 웃었다. 신인투수들이 으레 겪는 어려움을 예상보다 빨리 통과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물론 아직까지 확고한 자리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이원준도 이 사실을 잘 안다. 1군에 와보니 선배 투수들의 기량이 얼마나 좋은지도 새삼 깨달았다. 두 배의 노력을 해야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이원준은 ‘포크볼’을 중점으로 뽑는다. 이원준은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변화구가 슬라이더 하나뿐이다. 경기를 좀 더 쉽게 풀어나가려면 투피치로는 안 된다. 포크볼이 잘 된다면, 시즌에 들어가서 타자와 승부하기가 좀 더 편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손혁 코치는 “이원준의 오키나와 투구 내용이 좋았다. 맞은 이닝도 있었지만, 상대의 작전으로 만들어진 안타도 있었고 또 피안타 대부분 초구였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승부를 했다는 것이다. 이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원준 정도의 신인이라면 그 정도의 패기는 있어야 한다는 흐뭇함이다. SK 코칭스태프는 그 패기가 1군 무대에서 뻗어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8년 프리뷰
첫 1군 캠프에 임한 5명의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이원준을 올 시즌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 자체는 만들어졌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있고, 1군에서는 6선발 및 불펜 후보다. 변화구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에 비해 워낙 좋은 빠른 공을 가지고 있어 1군에서는 오히려 불펜에서 활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어찌됐건 등록되고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지난해의 아쉬움은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따라올 것이다. ‘약간의 운’이 뒷받침돼 그 이상을 선보일 수 있다면, SK도 신인왕 후보를 배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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