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맥 끊긴 토종 좌타 홈런왕, 도전 후보 누가 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11 12: 40

KBO 리그는 출범 초창기보다 좌타자들의 수가 많아졌다. 우투좌타 선수들이 늘어난 것이 한 몫을 거들었다. 그럼에도 홈런왕 레이스는 여전히 우타 거포들의 잔치다.
KBO 리그 역사상 토종 좌타 홈런왕은 딱 세 명이었다. 1994년 김기태 현 KIA 감독(당시 쌍방울)이 25개의 홈런을 치며 첫 좌타 홈런왕이라는 명예를 안았다. KBO 역대 최고의 홈란 타자인 이승엽이 뒤를 이었다. 이승엽은 1997년 첫 홈런왕에 오른 이후 총 5차례 홈런왕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그 후로는 좌타 홈런왕 등장의 빈도가 뚝 떨어졌다.
이승엽 시대 이후로는 2011년 최형우(현 KIA·당시 삼성)가 홈런왕에 오른 것이 유일한 사례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박병호(넥센)가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2016년과 2017년은 최정(SK)이 바턴을 이어받았다. 2016년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당시 NC)가 최정과 공동 홈런왕에 오르기는 했으나 국내 선수는 아니었다.

올해도 박병호와 최정이라는 양대 산맥이 홈런왕의 유력 후보로 뽑힌다. 지난해 홈런 랭킹 상위권에 있었던 재비어 스크럭스(NC), 제이미 로맥(SK), 다린 러프(삼성) 등의 외국인 선수들도 우타자가 대다수다. 그렇다면 좌타 홈런왕에 도전할 만한 후보는 누가 있을까. 냉정히 따져 가능성이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도전장을 내밀 만한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랭킹만 보면 김재환(두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김재환은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에 나가 타율 3할4푼, 35홈런, 115타점의 맹활약을 선보였다. 35홈런은 최정(46개)과 다소 거리가 있으나 리그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김재환은 최근 2년간 총 72개의 대포를 터뜨렸다. 현 시점에서 가장 펀치력이 좋은 좌타자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넓디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것은 약점. 아무래도 다소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2년간 37개-35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건강하게 뛴다면 올해는 40홈런도 기대를 걸 만하다. 이승엽 이후 어떤 토종 좌타자도 밟지 못한 고지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도 에릭 테임즈(2015~2016) 이후 처음이다.
경험 많은 베테랑 최형우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미 통산 260홈런을 기록 중인 관록의 홈런왕 출신이다. 30홈런 이상 시즌만 4번, 25홈런 이상 시즌만 6번이다. 최근 몇 년간 가장 꾸준히 홈런을 생산한 좌타자임은 확실하다. 기본적으로 꾸준히 많은 경기에 나선데다 타율이 높고 기술이 뛰어나다. 지난해에는 26개의 홈런에 그쳤지만, 최형우는 그 이상의 욕심을 낼 법한 타자다.
지난해 103경기에서 29개의 대포를 터뜨린 한동민(SK)은 다크호스다. 앞선 두 선수 못지않은 강력한 힘을 갖췄고, 페이스가 점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점 또한 이점이다. 지난해에는 부상 이전까지 홈런왕 레이스에 포함되어 있었던 선수. 발목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생애 첫 30홈런 이상에 도전할 만하다. 그렇다면 좌타 최다 홈런의 도전장을 내미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
4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린 나성범(NC), KBO 리그 무대로 복귀한 김현수(LG)의 홈런 개수에도 관심이 모인다. 두 선수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라기보다는 정확성과 장타력을 두루 갖춘 유형의 선수로 평가된다. 그러나 갈수록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정 또한 처음부터 홈런 타자는 아니었다. 두 선수의 업그레이드 여부도 지켜볼 대목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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