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SK 불펜, 마지막 생존 경쟁 돌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08 13: 44

지난해 SK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불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기 위한 오디션이 요란하다. 하지만 자리는 정해져 있다.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마지막 1~2자리를 둔 경쟁이 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올해 팀의 전지훈련 성과에 대해 비교적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고 있다. 수비나 세밀한 플레이 측에서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플로리다 1차 캠프 당시 기본기 향상을 확인했기에 그렇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투수들이 예년보다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반색하고 있다. 그럴수록 개막 엔트리 구상이 복잡해진다. 떨어뜨리기에는 아까운 자원들이 더러 있어서다.
SK는 올해 에이스 김광현에게 이닝제한을 걸었다.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것이 골자고, 중간중간 엔트리에서 빼 휴식을 줄 예정이다. 올해 입단한 앙헬 산체스 또한 2016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다. 시즌 초반, 메릴 켈리보다는 다소 여유 있는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이들의 휴식 시간을 메울 여섯 번째 선발이 필요하다. 이는 불펜 한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황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겠지만 힐만 감독은 투수 엔트리를 기본 13명으로 구상하고 있다. 이중 선발 자원 6명을 빼면 7명이 남는다. 7명 포함이 확실시되는 선수는 대략 나왔다. 마무리로 시작할 박정배를 비롯, 윤희상 백인식 서진용은 이변이 없는 이상 1군서 개막에 대비한다. 힐만 감독은 윤희상 백인식을 7회에 쓸 필승조로 생각하고 있다. 연투 부담을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해 번갈아가며 쓸 가능성이 크다. 서진용은 팀이 키워야 하는 미래의 마무리다. 초반에는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등판시킬 예정이다.
네 선수는 오키나와 캠프 성적도 좋다. 3⅔이닝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서진용을 비롯, 박정배 윤희상 백인식도 모두 나란히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해 필승조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남은 자리는 세 자리다. 이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개막 엔트리 최대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엔트리 구성상 포함되어야 하는 좌완 전력으로는 박희수 신재웅이 있다. 두 선수 모두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페이스가 좋다. 또 하나의 좌완인 김택형은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려 5월에나 1군에 올라올 전망이다. 때문에 두 선수 모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김태훈이 불펜으로 뛰는 시간도 있다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박희수 신재웅을 모두 엔트리에 넣는다면 남은 자리는 하나다. 둘 중 하나만 엔트리에 넣는다고 해도 두 자리인데 이 바늘구멍을 놓고 대규모 전쟁이 불가피하다. 사이드암 김주한을 비롯, 우완 정통파인 정영일 채병용 임준혁 전유수 이승진 정동윤 이원준이 경쟁한다. 이 중 김주한 정영일 채병용 모두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실점이 없다. 그만큼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엔트리에 넣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힐만 감독도 고민이다. 힐만 감독은 “팀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지만, 매우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손혁 투수코치도 “미움을 받을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며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더군다나 오키나와 연습경기가 두 차례나 비로 취소(3일 롯데전, 8일 한화전)됐다. 실전 점검 기회가 더 줄었다. 9일 자체 청백전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가뜩이나 시범경기 일정까지 짧은 판이라 실전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할 시간 자체가 많지 않다. 힐만 감독은 개막 직전에야 엔트리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개막 엔트리에는 선발투수가 두 명만 포함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선발들이 모두 들어오는 그 다음 주에는 아쉬운 탈락자들이 적잖을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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