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리틀 포레스트’ 감독 “세 친구 케미? 류준열 공 컸다”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8.03.07 17: 04

최근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청춘들의 따뜻한 힐링 영화가 등장했다. 임순례 감독 본인과도 많이 닮아 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지친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되어준다.
지금이야 ‘힐링’이 대세가 되며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힐링의 관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영화 ‘리틀 포레스트’ 기획 당시만 해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모험이었을 터.
임순례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의 소재로 삼기에는 아주 헤비한 재료는 아니니까. 여자주인공 혼자서 제한된 공간에서 있는다는 내용이 기획적으로 보면 상업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는 모든 영화가 다 천만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규모에 맞는 관객들 하고만 적절하게 만나면 좋겠다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매니아 층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임 감독은 각색 단계에서 가장 신경 쓴 점에 대해 “일본판 영화는 너무나 일본스럽다. 그걸 한국 관객들이 한국 영화라고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어야 했다. 한국화가 관건이라고 생각했고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코드 좋아하는 코드로 바꾸는 작업들이 진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영화는 두 편으로 나누어진 데에 비해 ‘리틀 포레스트’는 100분이라는 짧은 분량으로 압축되었다. 넣지 못해 아쉬운 장면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부터 한 편으로 생각을 했고 러닝타임을 100분 정도 길이로 했기 때문에 예산도 제한적이니까 많이 찍어놓고 편집해서 쓰자 그렇게 할 수는 없었고 처음부터 컴팩트하게 시나리오를 썼다. 찍은 거는 거의 다 썼는데 분량과 리듬의 문제로 쓰지 않은 요리 씬이 있다. 일본영화에도 나오는데 수유잼 만드는 것. 가을 분량에 있었는데 그거 빼놓고는 거의 다 썼던 것 같다. 물론 여러 가지 조금 더 다양한 모습들, 예를 들면 석양이라든지 어떤 냇가에 철새들이 있다든지, 이런 것들을 조금 더 풍부하게 담고는 싶었는데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조금 더 예쁜 장면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다”고 털어놨다.
영화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 세 배우들의 호흡이다. 실제 고향 친구들처럼 티격태격하는 세 사람의 케미는 보는 이들을 절로 흐뭇하게 만든다.
“세 사람이 실제로도 되게 친하게 지냈다. 그런 것들이 연기라기보다 편함 속에서 오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준열 씨랑 태리 씨도 거의 초면이었고 기주 씨는 더군다나 영화계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세 명이 친구 같은 호흡이 나올까 살짝 걱정했던 것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그런 분위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준열 씨 공이 컸다. 준열 씨가 오빠 같이 태리 씨도 기주씨도 편하게 해주면서 중심을 잘 잡아줬다. 그래서 좀 빨리 친숙해졌던 것 같다. 워낙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고 유머감각도 있다.”
김태리는 ‘아가씨’ 이후 차기작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분량 대부분에 출연하며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혜원 역에 신인이었던 김태리를 캐스팅한다는 것에 걱정도 있었을 법 하지만 임 감독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태리씨는 매력있는 배우다. 어떤 한 배우가 90분 동안 질리지 않고 관객에게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태리씨는 그런 면에서는 쉽게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계속 오래보고 있어도. 영화에 이야기 개연성만 확보가 되면 태리 씨가 극을 이끌어 가는데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태리 씨가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 했다. 원탑이고 영화를 끌고 가야하는데 신인인데 그거는 조금도 걱정을 해보지는 않았다. 태리 씨가 그만큼 관객들에게 흡인력이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영화 ‘글로리 데이’의 제작에 참여했던 임순례감독은 류준열과 두 번째 만남. 임 감독은 “‘글로리 데이’ 때는 제가 그렇게 촬영장에 많이 가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는 표현을 잘 했다 그런 정도였다. 현장에서도 제가 갔을 때는 잠깐 촬영하는 거 보고 깊은 얘기를 하거나 그랬던 적은 없었다. 사실 이 역할은 그동안 준열 씨가 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준열 씨가 보여준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시골의 진중하면서도 친근하면서도 자기 중심이 서있는 청년 역할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캐스팅을 했지만 막상 그런 것들을 잘 표현을 해줬다. 만약에 관객 분들이 세 명의 케미가 너무 좋다고 느꼈다면 그 것의 큰 역할을 한건 배우 류준열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혜원의 엄마를 연기한 문소리의 캐스팅 역시 신의 한수. 임 감독은 “한국의 전형적인 엄마가 아니다. 엉뚱하고 특이한 엄마인데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배우는 문소리 씨라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고 소리 씨가 분량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잘 해줬다. 젊은 배우들 세 명이 이끌어가는 케미에서 오는 생동감이 있다면 소리 씨는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무게를 잡아줬다. 많이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요소요소에 역할을 잘 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촬영하면서도 힐링을 받았다며 “저희가 만약에 도시에서 찍는다면 차량이 수십 대가 이동할 때 주차 신경 써야 하고 밤에 나이트 켜면 동네 주민들 눈치봐야 하고 사람들 구경하러 오고 그러는데 그런 게 전혀 없이 우리끼리 찍었다. 거기가 조금 외떨어진 곳이라 동네 주민들이 다 어르신들이고 호기심도 없으시고 굳이 보러 오시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무 외부인들이 없이 우리끼리만 찍으니까, 방해 없이 찍으니까 좋았던 것 같다. 겨울에 갔다가 봄에 가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고, 가을, 겨울, 여름 다 풍경이 다르니까. 사실 우리가 어떤 한 마을의 사계절을 유명한 관광지 빼고는 다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랬던 게 저도 좋았고 배우들이랑 스태프들도 좋았다고 얘기를 하더라. 한 마을의 사계절을 경험하고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고 전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mk324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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