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K 프리뷰 14] ‘불면의 시간’ 윤희상의 변신이 신뢰를 주는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04 11: 40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쪽은 선택을 말렸다. 한쪽은 선택을 지지했다.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선수는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8년이 밝기 전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해야 했다.
SK 우완 에이스 윤희상(33)은 지난해 말 보직 전환을 신중하게 고민했다. 선발로서의 한계를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팔꿈치 부상 이후 스태미너가 예전만 못했다. 그러나 불펜으로 가는 결정을 내리는 자체는 쉽지 않았다. 차라리 구단에서 명확하게 결정을 해주면 좋았지만, 구단은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하며 기다렸다. 그 과정에서 주위의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질문의 난이도가 높았던 만큼, 여론도 딱 반으로 갈렸다.
한쪽에서는 “10년을 잘 해왔던 투수다. 몇 년이 안 됐다고 해서 선발 보직을 포기하느냐”고 했다. 한쪽에서는 “지금이라도 불펜으로 가 파워 피처의 이미지를 심는 것이 좋다”고 했다. 윤희상은 “정말 결정을 하기가 어려웠다. 매일 잠을 못 잤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냉정하게 생각하면 불펜으로 가는 게 맞았다. 그러나 선발 로테이션이 펑크가 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공존했다.

결과적으로 윤희상의 선택은 불펜 전환이었다.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직도 선택이 맞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웃는 윤희상은 “전체적으로 팀을 봤을 때 어린 투수들이 선발 자리를 잡아가는 게 순리이자,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있었지만 5·6선발은 젊은 투수들에게 가는 게 맞다고 봤다”고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지훈련이 시작되자마자 불펜투수의 루틴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오랜 기간 선발로 뛰어 경험이 풍부한 윤희상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경기에 뛰어야 한다. 윤희상은 “손혁 코치님이 배려를 많이 해 주신다. 궁금한 게 있으면 불펜의 형들에게 많이 물어본다”면서 “결국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며 새 야구인생의 첫 느낌을 이야기했다.
불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지만, 기대감도 있다. 윤희상은 “선발 때는 완급조절을 하며 6이닝을 던지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불펜에서는 공을 전력으로 던지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면서 “내 자신도 내가 어떤 공을 던질지 궁금하다”고 미소 지었다. 윤희상은 애초부터 140㎞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던지던 투수였다. 어쩌면 윤희상은 새로운 한계에 도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명예회복에 대한 욕심은 있다. 윤희상은 “지난해 코칭스태프에서 많이 배려를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좋지 않았다. 후반기에 생각보다 힘이 많이 빠졌다”고 미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비록 선발이 아닌 불펜이지만, 최선을 다해 팀에 진 빚을 갚아나간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욕심이 있다면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다. 윤희상은 “예전에는 ‘언젠간 되겠지’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반지를 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런 윤희상의 선택과 준비과정을 지켜보는 SK 코칭스태프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손혁 코치는 “외부에서 있을 때 가장 이미지를 잘못 본 선수가 윤희상이다. 2~3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좋은 선수다. 고민도 많고, 확실한 자기 것도 가지고 있으면서 바꿀 때는 과감히 바꿀 줄도 아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다른 코치들의 생각도 같다. 윤희상의 선택에 대해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를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다. SK는 그 든든한 신뢰가 마운드에서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2018년 프리뷰
구단 내부에서는 윤희상의 불펜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굉장히 크다. 힐만 감독도 “6~7회에 등판할 수 있는 선수로 1이닝을 활용하려고 한다”며 윤희상 구상을 드러냈다. 리드하고 있을 때, 선발투수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윤희상을 쓰겠다는 생각이다. 마무리까지 가는 다리를 놔야 하는 만큼 중요한 임무다. 아직 불펜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초반에는 연투를 최대한 자제하고 1이닝만 책임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윤희상의 기량은 빛이 날 수 있다. 140㎞ 중반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 확실하고, 다양한 구종과 확실한 결정구(포크볼)을 가지고 있다. 경기운영능력, 제구도 수준급이다. 어쩌면 시즌 중반에는 마무리 활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의 실적이 쌓일 수도 있다. SK 불펜의 구세주 후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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