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야 보고 있지?'...평창올림픽서 생사 초월한 노선영의 우애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2.12 21: 48

노선영이 우여곡절 끝에 친동생인 고(故) 노진규와의 약속을 지켰다.
노선영은 12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발경기장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서 1분58초75를 찍었다. 노선영은 현재 9명 중 중간 3위에 올랐다.
당초 노선영은 올림픽 팀추월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종목 출전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행이 좌절됐다.

그러나 출전권을 확보했던 러시아 선수 2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승인한 169명의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노선영이 극적으로 평창행 막차에 탑승했다.
노선영은 쇼트트랙 국가대표였던 고(故) 노진규의 누나로, 노진규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돼 노선영 홀로 소치올림픽을 치렀다. 노진규는 이후 골육종 암세포가 발견돼 2016년 생을 마감했다.
소치올림픽 출전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던 노선영은 '평창 올림픽에 함께 출전하자'는 동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은퇴를 미뤘다. 평창행 하나만을 바라보며 훈련에 매진해왔던 노선영은 개막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23일 '출전무산'이라는 청천벽력 통보를 전해들었다.
노선영은 이 과정에서 빙속 대표팀의 '특혜 훈련'을 주장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다행히 노선영의 극적인 평창행이 성사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지만 대표팀의 와해된 분위기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노선영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외부와 접촉을 자제하고 오롯이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훈련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보란듯이 하늘에 있는 동생과의 약속을 지켰다.
지금은 다른 세상에 있는 동생과의 약속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과정이었지만 생사를 초월한 노선영의 우애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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