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스토리] '최초 캠프 자체 중계' kt의 힘, 5000명이 함께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2.12 15: 00

3년 연속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자체 중계. 최초이자 최장 기록을 쓰고 있는 kt의 힘은 올해도 발휘됐다. 누적 시청자 5,000명이 kt의 봄 야구를 함께했다.
kt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캇데일의 솔트 리버 스타디움에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와 연습경기를 1-4로 패했다. 선발투수 주권의 2이닝 무실점 깔끔투에 정현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지만 불펜 방화로 경기를 내줬다.
캠프 연습 경기는 팬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한국시리즈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KBO리그는 11월 초부터 휴식기에 들어간다. 팬들은 3월 시범경기가 오기 전까지 내리 4개월을 야구 없이 보내야 한다. 스프링캠프 중후반부터 치르는 연습경기 기사로만 그 소식을 접하는 게 전부다. 일본에 캠프를 차리는 구단이 일본프로야구 팀과 맞대결을 펼칠 경우, 일본 채널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지만 열악한 조건이다. 미국 캠프 팀, 혹은 일본팀과 연습경기를 치르지 않는 팀 팬들에게 캠프 연습경기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런 흐름을 가장 먼저 바꾼 게 kt다. 홍보팀 이재혁 대리의 아이디어가 한몫했다. 이 대리는 "야구 팬일 때 비시즌이면 개막이 너무 기다려졌다. 아마 팬들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사 후 그 마음을 떠올려 팬들의 지루함을 달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kt는 1군 진입 두 번째 시즌을 앞둔 지난 2016년 연습 경기를 자체 중계했다. KBO리그 최초였다. 과감한 시도였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수준은 높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700여 명의 시청자만 방송을 봤다.
지난해에도 니혼햄과 연습 경기를 중계했다. 아프리카TV의 kt BJ 테디윤의 목소리가 보태졌다. 하지만 장비의 열악함 탓에 송출 딜레이가 잦았다. 중계하던 테디윤을 비롯해 시청자인 팬들의 입맛에 맞추기는 여전히 부족했다.
kt 홍보팀은 겨우내 연습 경기 중계 퀄리티 향상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과감한 투자를 시도했다. 스위처 등 각종 장비를 통해 중계방송 퀄리티가 한껏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까지는 2대의 카메라로 찍는 화면이 고작이었지만, 올해는 두 배인 4대를 사용했다. 벤치의 풍경을 잡는 카메라로 선수단의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했다. 아울러, 스코어보드도 자체 제작해 함께 송출했다. 앞선 흐름을 놓친 시청자들도 스코어는 물론 볼카운트, 주자 상황까지 손쉽게 체크하도록 만들었다.
니혼햄과 연습 경기 전날, 선수단은 "연습 경기일 뿐이다"라며 긴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보팀 직원들은 밤잠을 설쳤다고. 늦은 새벽까지 수차례 시험 방송을 거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경기장에 도착해서는 더욱 분주했다. 밥 먹을 새도 없이 뛰어다니며 몇 번이고 카메라를 점검했다.
연습 경기 치고 다소 길었던 3시간5분의 경기가 끝났다. 일본 방송국에서도 중계를 위해 솔트리버 필드를 찾았다. 이들은 kt 측으로 자체 중계에 대해 문의하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날 중계방송을 했던 '아프리카TV' BJ 테디윤은 "지난해보다 반응이 훨씬 괜찮았다. 시청자들이 중계에 만족했다. 중계하는 입장에서도 편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만난 이재혁 대리는 "이제 좀 긴장이 풀린다. 한숨 돌리게 됐다. 한 번의 방송사고도 없이 무사히 중계를 마쳐 다행이다"라고 그제야 미소지었다. 이 대리는 방송 장비를 잔뜩 챙겨오느라 본인 짐도 제대로 못 꾸렸다. 속옷 몇 벌이 전부. "남은 출장 기간 동안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투정 속에 기쁨이 묻었다.
kt 팬들은 아프리카TV와 유튜브, 자체 애플리케이션 위잽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이 경기를 지켜봤다. 아프리카TV 누적 시청자만 5,074명에 달했다. 불과 2년 전에 비해 7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팬들을 향한 kt 프런트의 노력이 빛났던 장면이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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