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중 5명' kt, 외인 투수 재활용史…니퍼트는?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1.05 06: 38

라이언 피어밴드(33)일까? 트래비스 밴와트(32)일까? kt 유니폼을 입은 더스틴 니퍼트(37)가 놓인 갈림길이다. 이 질문의 해답은 kt의 탈꼴찌 여부와 맞닿아있다.
kt는 4일 "니퍼트와 총액 1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라고 전했다. 니퍼트는 4일 수원 인근 병원 세 군데를 돌며 신병 상태 및 어깨, 팔꿈치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결과에 이상이 없다면 kt와 최종 사인한다. 이 경우 kt는 피어밴드와 니퍼트 원투펀치로 2018시즌을 맞는다.
지난해 뛰었던 피어밴드, 멜 로하스와 재계약한 kt는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외인 투수 재활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시장에는 니퍼트를 비롯해 에릭 해커(전 NC), 앤디 밴헤켄(전 넥센) 등이 매물로 있었다. 하지만 kt는 "헥터급 선발투수를 찾고 있다"며 이들의 영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시장 상황은 kt의 바람과 엇나갔다. kt는 2017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현역 빅리거' 여섯 명과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이 미국 잔류, 일본 진출 등을 선언하자 kt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결국 kt는 "KBO리그에서 경쟁력 검증은 끝났다"는 이유로 니퍼트와 계약했다.
# 2015년 - 옥스프링 & 저마노
1군 진입 네 번째 시즌을 맞은 가운데 다섯 번째 외인 투수 재활용이다. 역대 kt 외인투수 열두 명 중 무려 다섯 명이 타 팀에서 방출된 이들이다. 비율은 41.6%. 1군 진입 첫해부터 재활용 사례가 있었다. kt는 신생팀 자격으로 외인 네 명을 쓸 수 있었다. kt는 롯데에서 뛰었던 크리스 옥스프링을 축으로 필 어윈,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던 앤디 시스코로 투수진을 꾸렸으며 故 앤디 마르테에게 타자 슬롯을 썼다. 옥스프링은 LG와 롯데를 거친 '지한파'였다. kt의 선택은 적중했다. 당시 만 38세의 나이에도 185이닝을 던지며 12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남은 이들은 마음 같지 않았다. kt는 6월, 어윈을 방출한 후 저스틴 저마노를 데려왔다. 저마노는 2011년 삼성에 대체 외인으로 합류해 8경기서 5승1패, 평균자책점 2.78로 호투했다.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를 전전하던 그는 4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왔다. 그러나 15경기서 3승6패, 평균자책점 4.93을 기록한 채 재계약에 실패했다.
# 2016년 - 밴와트 & 피어밴드
kt는 2016년에도 외인 재활용을 택했다. 옥스프링과 저마노에 외인 타자 댄 블랙까지 떠나보내며 슈가 레이 마리몬, 요한 피노, 그리고 트래비스 밴와트를 데려왔다. 밴와트는 2014시즌 중반 SK에 대체 외인으로 합류했다. 11경기서 9승을 따낸 그는 2015년에도 재계약했으나 손목뼈 골절로 팀을 떠났다. 아쉬움은 잠시, 밴와트는 kt의 부름을 받고 3년 연속 KBO리그 무대를 누볐다. 그러나 28경기서 6승13패, 평균자책점 5.95로 부진한 채 재계약에 실패했다.
하지만 kt의 외인 재활용사가 마냥 흙빛이었던 건 아니다. 바로 피어밴드가 있기 때문이다. 피어밴드는 2015년 넥센에 입단해 13승을 거둔 뒤 재계약했다. 그러나 2016년 19경기서 5승7패를 거둔 채 방출됐다. 이때 kt가 계약 양도를 신청해 피어밴드를 데려왔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피어밴드는 2017시즌 26경기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팀 타선 침묵으로 10승 고지에 실패했음에도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 2018년 니퍼트는?
사실 니퍼트는 앞서 언급한 재활용 사례 네 명과 커리어 자체가 다르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7년간 185경기에 등판해 1115⅔이닝을 소화하며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94승-917탈삼진 모두 외인 역대 최다 기록. kt의 말처럼 검증을 마친 건 분명하다.
하지만 노쇠화가 분명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니퍼트는 지난해 9월 이후 5경기에 등판했으나 25⅓이닝 소화에 그치며 1승1패, 평균자책점 7.46으로 부진했다. 거기에 홈과 원정 기록차도 제법 있다. '뜬공형 투수' 니퍼트에게 드넓은 잠실구장 대신 비좁은 kt위즈파크에서 뛴다는 점은 분명 마이너스다.
기본적으로 외인 투수 재활용은 방출된 선수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KBO리그 경험이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이는 어떤 이유에서든 해당 외인이 원 소속팀에 외면 받았다는 뜻이다. 과연 니퍼트는 피어밴드와 밴와트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kt의 2018시즌 결과를 쥐고 있는 질문이다.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