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볼의 시대’ KCC 장신센터 하승진 딜레마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12.10 11: 09

KCC가 ‘하승진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2경기에서 KCC는 우승후보 SK와 DB를 상대로 1승 1패를 기록했다. 14승 6패의 KCC는 DB와 함께 공동 2위로 선두 SK(15승5패)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KCC는 10일 전자랜드와 중요한 대결을 펼친다. 
지난 2경기에서 KCC는 하승진의 음과 양을 모두 경험했다. 223cm의 초장신센터 하승진은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 상대팀에서는 20cm 이상 큰 그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되곤 한다. 추승균 감독은 하승진의 신장을 활용한 리바운드와 득점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스몰볼’을 기조로 한 현대농구에서 하승진처럼 장신센터의 위력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하승진은 키가 큰 대신 발이 느리다. 상대 빅맨이 3점슛을 구사할 경우 외곽까지 나와서 막을 수가 없다. 상대가 3점슛을 던질 것을 알면서도 하승진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상대팀은 센터가 외곽으로 미드아웃을 해서 공을 잡은 뒤 컷인하는 선수에게 뿌려준다. 하승진은 기동력이 떨어져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자신보다 작은 선수에게 득점을 허용하는 이유다.
지난 6일 SK전에서 김민수는 14점을 퍼부었다. 3점슛 포함, 외곽슛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하승진의 수비를 무력화했다. 김주성 역시 9일 하승진을 상대로 후반전에만 14점을 퍼부었다. 그는 3점슛을 3개나 터트리며 슈터 못지않은 감각을 자랑했다. 하승진을 상대로 노마크 3점슛을 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승진은 속공농구에서도 기여를 할 수 없다. 
하승진 기용이 득을 보려면 세트오펜스에서 이득이 많아야 한다. 하승진이 압도적인 신장을 활용해 공격리바운드를 장악, 골밑득점을 많이 해줘야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승진이 키는 크지만 점프력이 떨어진다. 박스아웃을 열심히 하면 하승진보다 작은 선수도 얼마든지 리바운드를 따낼 수 있다. 디온테 버튼은 자신보다 30cm 가까이 큰 하승진을 수비하면서 점프력을 바탕으로 리바운드를 따냈다. 하승진은 한 번 점프한 뒤 재차 점프해 리바운드를 잡는 순발력 면에서도 떨어지는 편이다.
하승진은 6일 SK전에서 29분 27초를 뛰면서 8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야투율은 60%였지만 슛시도 자체가 5개에 불과했다. 하승진이 골밑에서 자리를 잡아 슛을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공격리바운드는 하나였다.
9일 DB전도 비슷했다. 하승진은 28분 39초를 뛰며 무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공격리바운드를 두 개 잡았으나 점수와 연결되지 못했다. 18점을 뒤졌던 DB가 스몰볼을 구사하며 후반전 2점까지 맹추격했다. 추승균 감독은 막판 승부처에서 하승진을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자유투가 37.5%라 상대편이 하승진을 표적으로 고의 파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하승진만의 문제는 아니다. NBA에서도 정통센터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샤킬 오닐급의 백보드 장악력을 자랑하는 괴물센터가 아닌 이상 팀의 주득점원이 되기는 힘들다. 또한 스몰볼의 시대에서 센터를 활용하는 공수전술이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NBA에서 평균 20점을 넘기는 센터는 드마커스 커즌스(26.3점, 5위)와 조엘 엠비드(23.5점, 15위) 뿐이다. 그나마 커즌스 역시 외곽슛도 즐기는 하이브리드형 센터다.
디안드레 조던(1.1개), 안드레 드러먼드(1.2개) 등 정통센터들도 올 시즌 블록슛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외곽공격이 많아 애초에 골밑에서 블록슛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포지션에서 장신인 케빈 듀런트개 2.1개로 블록슛 전체 2위다.
추승균 감독은 여전히 하승진을 30분 가까이 기용하며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찰스 로드가 센터를 보고, 송교창이 4번을 보는 스몰라인업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KCC는 10일 전자랜드와 상위권에서 중요한 대결을 펼친다. 하승진이 194cm 브랜든 브라운을 상대로 높이에서 확실한 위력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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