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무비]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은 어떻게 골리앗을 무찔렀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12.05 14: 00

[OSEN=손남원 장진리 기자] 충무로의 재주꾼 장항준 감독이 글을 쓰고 연출한 정통 스릴러 '기억의 밤'이 롱런가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달 29일 막을 올린 이 영화는 6일 연속 박스오피스 2위를 사수하며 선두를 넘보는 중이다. 같은 날 개봉한 비슷한 장르의 할리웃 대작 '오리엔트 특급살인'과 벌인 다윗 대 골리앗 승부에서 승리를 거뒀다.
'기억의 밤'은 예능 출연 등으로 유명세를 탄 장항준 감독이 9년 만에 본업으로 복귀한 작품이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서스펜스 속에서 예측불허 반전으로 관객의 허를 찌르는 스토리가 돋보인다. 여기에 강하늘, 김무열이 결 다른 연기로 완성해낸 환상의 조합으로 시사회 이후 호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 감독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원래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라 걱정을 안 한다. 걱정을 해서 좋아질 수 있다면 걱정을 할 텐데, 걱정을 해도 미래나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라며 “최선을 다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특한 소재와 기발한 전개가 강점인 ‘기억의 밤’을 쓰면서 장항준 감독이 중점을 둔 대목은 바로  탄탄한 논리. 책을 빨리 쓰는 것으로 잘 알려진 장항준 감독이 시나리오 집필에만 1년을 매달릴 정도였다. ‘충분히 현실적인, 리얼리티 넘치는’ 추적 스릴러의 탄생을 위해 장항준 감독은 국과수는 물론, 정신분석학자 등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았다.
“얘기를 대충 짠 다음에 정신분석학자 등 전문가 분들한테 보여주자고 했죠. ‘싸인’이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국과수 분들도 알게 돼서 원주 국과수까지 가서 자문을 받았죠. 영화는 현실의 비약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 안 된다고 해도 아마 했겠지만(웃음), 제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더니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명품 드라마 '시그널'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아내 김은희 작가 역시 ‘기억의 밤’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에 그는 “(아내가)시나리오 초고를 보고서 ‘오빠, 너무 재밌다. 잘 되겠네’라고 응원하더라. 그러면서 ‘오빠, 진짜 혼자 쓴 거야?’라고 물어봤다"라며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기억의 밤’은 목을 죄는 듯한 스릴 너머에 가족 이야기가 있는 한국적인 스릴러다. 장항준 감독은 ‘기억의 밤’의 포인트에 대해 “스릴과 서스펜스로 달려가는 막다른 종착역에 우리들의 슬픔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스릴러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한 도구다. 분명히 상업 영화 스릴러와는 다른 템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도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많은 분들이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스릴러답게 ‘기억의 밤’은 관객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몰임감, 스릴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 초반 영화관 내 모든 관객들을 소리 지르게 만드는 한 장면은 그야말로 ‘킬링파트’. 쉴 틈 없이 보는 이들을 몰아붙이는 초반부와 달리 영화의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감성을 자아내며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쫄깃한 스릴러와 비극의 드라마를 조화롭게 버무린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갈 만큼 높은 몰입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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