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김연아가 뿌린 씨앗... '무서운 신예' 유영-김예림-임은수 약진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12.04 15: 04

여왕은 떠났지만 그녀의 발자취는 여전하다. 포스트 김연아를 노리는 무서운 신예들이 한국 피겨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피겨의 역사는 김연아가 등장을 전후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 동계스포츠는 이전까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에서만 존재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김연아의 등장 이후 빙판의 우아한 춤사위에 매료된 사람들이 늘었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연이어 메달을 따내며 피겨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씨앗을 뿌렸다. 단순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전설이나 피겨계의 상징으로 수많은 아이들에게 꿈을 주었다.

이제 김연아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제2의 김연아를 노리고 있다. 지난 3일 마무리된 2017년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2차는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유망주들의 전장이었다.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피겨를 대표하는 간판스타인 최다빈(17, 수리고)은 총점 168.37점으로 4위에 올랐다. 선발전 합산 점수에서는 최다빈이 350.16점으로 1위를 유지한 가운데 1차 선발전 2위에 올랐던 김하늘(16, 평촌중)이 총점 333.35점으로 2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두 선수도 대단했지만 이번 챌린지 2차에서는 언니들을 향한 무서운 신동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2차 선발전에서 우승은 ‘신동’ 유영(13, 과천중)이 차지했다. 유영은 총점 197.56점으로 김연아 이후 국내 대회 여자 싱글 최고점을 기록했다. 유영은 이날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력으로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는 트리플 플립에서 잔실수 한번 말고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유영은 김연아와 만남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에서 국내 첫 번째 주자였던 유영은 격려하기 위해 김연아가 방문한 것. 유영은 김연아를 롤모델로 피겨 선수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당시 유영은 “첫 번째 성화봉송 주자도 큰 영광인데, 우상인 김연아 선배가 그리스에서 가져온 불꽃을 이어받아 더욱 짜릿하다”며 “롤모델 연아 선배에 이어 전 세계에 한국을 빛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유영은 김예림(14, 도장중)이 따낸 김연아 이후 국내 대회 최고점을 4.48점이나 끌어올렸다. 한편 김예림 역시 질세라 2차 선발전서 총점 185.56점으로 2위에 올랐다. 심지어 3위도 임은수(14, 한강중)가 총점 177.43점으로 차지했다. 
김연아 이후 국내대회에서 총점 190점대를 돌파한 선수들은 오직 유영-김예림(193.08점)-임은수(191.98점) 말고 없다. 세 사람 모두 여왕을 보고 자란 ‘김연아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쉽게도 세 사람은 모두 나이 제한 때문에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올림픽에서는 16살 이상의 나이 참가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190점 돌파뿐만 아니라 평창 선발전서 언니들에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하면서 ‘포스트 김연아’를 향한 본격 경쟁을 예고했다. 유영과 김예림, 임은수 모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출전이 가능하다. 최다빈이나 김하늘 같은 언니들과 본격적인 경쟁이 코앞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유망주들이 이대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자연스럽게 한국 피겨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여왕이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고 있다. 현역을 떠난 김연아지만 그녀가 남긴 위대한 발자취는 여전히 한국 피겨에 남아있다. /mcadoo@osen.co.kr
[사진] 유영-김예림-임은수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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