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밖에 없다” 진명호가 자신을 채찍질하는 이유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1.24 11: 00

가족, 그리고 책임감. 이 두 단어 앞에서는 숙연해지고 결연해진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진명호(28) 역시 마찬가지다. 부상으로 절망했던 시간, 야구가 잘 풀리지 않았던 시간들을 모두 잊고 다시 공을 뿌리게 하는 이유는 오로지 가족을 위한 책임감 때문이다.
진명호는 연이은 부상으로 잠재력을 꽃 피우지 못하고 있는 케이스다. 191cm 91kg의 당당한 체구, 그리고 150km에 육박하는 빠른공은 어느 지도자들이나 탐을 내는 재목이다. 그러나 팔꿈치, 어깨 등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곳에 부상을 당했다. 2013년 시즌 이후 상무에 입대해 군 복무까지 해결했지만 복귀 첫 해이던 2016년 6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다시금 전열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올해 5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뿌리기 시작했고, 8월에는 1군 무대에 올라왔다. 비록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상황에 나오진 않았지만 4경기에서 5이닝 1피안타 5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기록을 남기고 올 시즌을 마무리 했다. 다시 공을 뿌린 것에 의의를 둔 시즌이었다.

진명호에 대한 기대는 크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명단에 포함되어 내년 전력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진명호는 “일단 지금 다시 아프지 않게 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면서 “수술을 받은 시기가 다소 아쉬웠다. 지난해 6월에 수술을 받았다. 시즌 초반에 수술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빠르게 돌아왔다고 생각 한다”고 말하며 올해를 돌아봤다. 
코칭스태프의 지도 방향은 진명호를 스스로 깨우치고 있게끔 하고 있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하고 있다. 그는 “수술을 하다보니 상체에 부담이 안 가고 하체로 던질 수 있게끔 고쳐주시고 있다. 오히려 지금 공이 더 좋다. 구위와 컨트롤 모두 좋아지고 있다”며 “‘왜 이제 바꿨나’ 하는 후회도 든다. 계속 좋아지고 있다”며 현재 상태를 전했다.
이어 “코치님들께서 큰 것 보다는 내 안의 작은 부분들을 세세하게 신경 써주신다. 큰 틀 안에서 작은 부분을 봐주시고 그 부분들을 더 좋게 만들어주고 계신다. 그 부분이 어려운 점인데, 잘 캐치해주신다”며 “그 부분들을 토대로 장점을 조금 더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지도를 해주신다. 코치님들 본인 위주가 아닌 내 위주로 눈높이 교육을 해주시는 게 정말 좋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온 1군 무대, 그리고 1군 마무리캠프다.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가슴 한 켠을 뜨겁게 만드는 이유와 원동력은 '가족'이다. “마무리캠프 와서도 아들과 와이프를 보기 위해 매일 영상통화를 하는데, 와이프가 귀찮아서 안 받을 정도다”고 웃는 진명호다.
이어 그는 “지금 나를 더욱 채찍질하게 하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가족 밖에 없다. 와이프와 아들, 둘만 생각하고 야구를 하고 있다”면서 “가족을 생각하면서 하니 지금 운동이 더 잘 되는 것 같다.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너무 크다. 운동이 잘 안될 때도 아들 얼굴이 생각나니 안 할 수가 없다. 내게는 더 득이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진명호에게 가족은 소중하다.
현재 그의 모자 챙 안쪽에는 아들의 이름인 ‘이현’이 큼지막하게 써져 있다. 가족을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겠다는 의지다. 앞으로의 선수 생활도 가족을 위하고픈 마음이다. 진명호는 “이전 같았으면 그저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보다 가족을 더 생각해야 한다”고 굳게 말했다.
그리고 “야구장에 가족들이 왔을 때 당당하게 야구장에 와서 기분 좋게 야구를 볼 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며 “아내에게 멋진 남편, 아들에게 멋진 아빠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잘해야 한다. 꼭 그렇게 해보고 싶다”며 가족을 위해 공을 힘차게 뿌리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