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드래프트] ‘투수 전향 계획’ SK, 강지광 뽑은 진짜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22 14: 27

SK가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픽으로 강지광(27)을 선택했다. 그런데 활용 방안이 조금 다르다. 기존 포지션인 외야가 아닌, 투수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SK의 도박이 적중할지 관심이다.
SK는 22일 열린 2017년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픽으로 전 넥센 소속의 강지광을 지명했다. 만 27세의 강지광은 상인천중과 인천고를 졸업한 SK의 지역 연고 출신 선수. 2009년 LG의 2차 3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았고, 2013년 2차 드래프트 당시 넥센의 지명을 받고 팀을 옮겼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 번째 팀을 옮긴 셈이다.
일찌감치 잠재력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특히 2014년 시범경기 당시 넥센의 차세대 외야수로 각광받기도 했다. 당시 12경기에서 3개의 홈런과 0.618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이 닥쳤다. 수비 도중 동료와 충돌해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고 결국 기대를 모았던 시즌도 1군 한 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후 당시의 기세를 잇지 못하고 1군 출전 기록이 적었다. 2015년에는 13경기, 2016년에는 40경기, 그리고 올해도 1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2군에서는 65경기에서 타율 3할5푼, 15홈런, 58타점, 11도루를 기록하는 등 여전한 가능성을 뽐냈다. 그리고 SK의 지명을 받아 팀을 옮긴다.
SK는 상대적으로 외야 자원이 많다. 그럼에도 다른 현안을 제치고 강지광을 1라운드에서 지명한 것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SK는 강지광을 외야로 키울 생각은 없다. 투수로 전향시킨다는 계획이다. 강지광은 인천고 시절까지만 해도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그 여파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그 결과 외야로 전향한 케이스다. 강견으로 유명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던 것인데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셈이다.
염경엽 단장은 이런 강지광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 팔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충분히 140㎞ 중·후반을 던질 수 있는 어깨라는 평가다. 염 단장은 넥센 감독 시절 강지광의 포지션 전향에 대해 충분히 고민을 한 결과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판단을 내렸었다. 물론 뜻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불펜투수가 부족한 SK에 좋은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다시 투수로 전향하는 데 다소간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아직은 20대다. 1년 정도는 기다려줄 의향이 있다. 일단 구속이 빠르고, 공끝이 굉장히 묵직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구종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아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승부처에서 떨지 않는 대담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진용 김택형 등 공이 빠른 선수들이 많은 SK에서 강지광까지 합류한다면 무시무시한 파이어볼러 불펜을 구성할 수도 있다. 도박이라면 도박이지만, SK는 높은 확률을 가진 도박이라는 계산 끝에 강지광을 지명했다.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외야수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니 리스크도 조금은 낮은 셈이다. /skullboy@o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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