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택의-이다영, 신세대 세터발 지각변동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19 06: 07

배구는 세터 놀음이다. 부인하기 힘들다. 아무리 좋은 공격수라고 해도 세터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그저 그런 공격수도 세터의 역량에 따라 충분히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올 시즌 V-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주전 세터들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는 것. 이적도 있고, 세대교체가 된 부분도 있다. 세터의 성향에 따라 팀 공격 스타일이 많이 바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가장 관심을 받는 선수는 역시 차세대 대표팀 세터들인 황택의(21·KB손해보험)와 이다영(21·현대건설)이다. 젊음이라는 점도 있고, 성장세가 드러나는 시즌 초반 활약도 그렇다.
어엿한 팀의 주전 세터가 된 두 선수는 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코트를 누빈다. KB손해보험은 팀의 체질 개선 선봉장으로 황택의를 낙점했다. 심지어 황택의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전략도 엿보인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염혜선(IBK기업은행)이 이적한 자리를 꿰찬 이다영도 애당초 ‘차세대 주전’으로 팀이 주목한 자원이었다. 예상보다 주전 등극이 조금 더 빨랐을 뿐이다.

두 선수는 이점이 많다. 일단 아마추어 시절부터 손끝 감각을 인정받은, 보기 드문 20대 초반 주전 세터다. 여기에 하드웨어가 좋다. 상대적으로 장신이다. 프로필상 황택의는 190㎝, 이다영은 180㎝다. 최근 배구 트렌드인 ‘빠른 토스’를 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보통 세터의 영역이 아니었던 블로킹에서도 힘을 보탠다. 신장은 물론 블로킹 감각까지 있다. 경기운영이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감독들이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을 갖췄다.
황택의는 권영민(한국전력)의 이적으로 이제 입지를 위협할 선수도 없다. 황택의를 중심에 둔 구단의 전략은 확고하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격수에 세터를 맞추는 것이 아닌, 세터의 토스에 공격수들이 맞춰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물론 그 과정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라고 믿는다. 황택의는 속공에 대한 약점까지 서서히 지워가며 팀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도 비시즌 내내 이다영 육성에 공을 들였다. 이 감독은 세터 출신이다. 이다영 자신도 그렇지만, 이 감독도 욕심이 있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기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푼다. 여기에 자신감 있는 토스를 독려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더토스는 지양시킨다. 힘든 과제지만 이 감독은 상대적으로 발이 빠르고 힘이 있는 이다영이 그럴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세터는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지금 당장, 혹은 미래의 세터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한 번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 그만한 주전 보장이 없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황택의와 이다영의 성장이 팀의 롱런과도 직결될 이유다. 물론 앞으로 몇 번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남들보다 출발이 훨씬 빠르고, 오름세도 가파르다. 대표팀을 생각해도 긍정적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황택의(왼쪽)-이다영.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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