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대가 치렀다"…김규리의 잃어버린 10년, 누가 보상할까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9.24 15: 50

배우 김규리가 10년 동안 가슴에 묵혀둔 이야기를 고백했다.
김규리는 지난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 10년간 보이지 않는 피해를 집요하게 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김규리는 과거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문성근, 김여진 등과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이들로부터 10년간 끊임없이 악성 댓글에 시달려왔고, 조작된 글 내용으로 여론으로부터 마녀 재판을 받는 등 모진 세월을 겪어왔다. 

어렵게 카메라 앞에 선 김규리는 마음 고생에 얼굴이 많이 상한 모습이었다. 김규리는 "글에서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았고 제가 열심히 살고 있는 틈 사이사이에서 왜곡했다"며 "댓글에서 '너 왜 아직 안 죽었어? 죽어 죽어'라고 하더라. 계속 죽으라고 하니까 진짜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고백했다.
이어 "지난주 블랙리스트 문건이 나오고 저에 대한 내용이 몇 자가 안되더라. 이걸로 난 10년동안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허탈하더라"며 "그 다음 날 엄마를 보러 갔다. 가족끼리 오랜만에 성묘를 갔는데 사람들이 저를 막 욕하더라. 근데 문건에 이름이 나오지 않았나. 공권력이 그렇게 해를 가했다는 게 문건으로 나왔다. 그런데 왜 제가 욕을 먹어야 하느냐"며 한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방송이 화제가 되자 김규리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08년 5월 1일 자신이 SNS를 통해 광우병에 대해 쓴 글 전문을 다시 게재했다. 김규리는 "국민의 건강권은 보수적으로 지켰으면 했고 검역주권 포기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서 썼던 글이다"라며 "저는 그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9년하고 5개월. 젊은 치기에 쓴 글이다. 십년이면 글의 대가는 충분히 치룬 것 같다. 더 이상의 혼란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김규리는 '10년이면 글의 대가는 충분히 치룬 것 같다'고 하지만, 여전히 김규리를 향한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은 잘못된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여전히 김규리의 SNS 댓글창은 전쟁통이나 다름 없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글 하나 때문에 김규리는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배우로서 각광받고 있던 2000년대 후반, 김규리는 광우병과 미국 소 수입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자신의 공간에 쓴 자신의 생각은 '정부를 비판했다'는 프레임에 갖혀 무려 10년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배우로서의 꿈도, 욕심도,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도 모두 내려놓아야 했던 세월이었다.
강산이 변해도 한 번은 변했을 시기, 김규리는 그간의 아픔을 도저히 눈물 없이는 고백할 수 없는 절절한 심정으로 토로했다. 빛 한 줄기조차 보이지 않았던 긴 어둠의 터널을 조금이나마 빠져나온 김규리의 절절한 눈물에 시청자들 역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김규리의 지난 10년, 과연 어느 누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또한 이제와서 보상한다고 해도 지난 10년의 고통이 치유될 수 있을까. 이제라도 무자비한 마녀사냥은 멈추어질 때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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