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에 다시 부는 응원가 논란... 문화 or 인종 차별?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9.22 10: 0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응원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BBC'는 22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로멜루 루카쿠는 최근 논란이 된 자신의 응원가에 대한 심경을 맨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루카쿠는 맨유 팬들에게 논쟁의 여지가 있는 잘못된 응원에서 떠날 때(Move on)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축구의 차별 철폐 단체로 유명한 킥잇아웃(Kick It Out)은 일부 맨유 팬들이 루카쿠의 응원가인 스톤 로지스의 메이드 오브 스톤(Made of Stone)에 붙인 가사를 문제 삼았다.  맨유의 응원가를 제작하는 팬 그룹 'MUFC 송스 앤드 챈트스(MUFC Songs and Chants)'이 붙인 노래 가사에는 루카쿠의 성기의 크기를 언급하고 있다. 루카쿠의 성기 길이를 득점력과 비교한 것이다. 

킥잇아웃은 영국 '타임즈'를 통해 이 가사 내용이 '불쾌감과 차별'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남성의 성기 크기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고정관념은 축구나 더 넓은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으며 선수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 팬 블로그 '리버블릭 오브 만큐니아'의 주인인 스콧 패터슨 역시 4-0으로 이긴 에버튼과의 지난 일요일 경기 후 올드 트래퍼드에서 이 응원가를 들었다고 밝혔다. 패터슨은 "창피하다. 응원가가 좀더 나은 가사가 되기를 원한다. 그 응원가는 싸구려고 모욕적이다. 요즘 이런 노래를 부르는 곳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항의에 발끈한 일부 맨유 팬은 지난 21일 버튼과의 리그컵 32강 경기 도중 "우리가 하고 싶은 노래를 계속 부를 수 있다(We will sing what we want)"고 외치며 반발하기도 했다. MUFC 송스 앤드 챈트스 역시 선수 본인이 직접 요청하지 않는 이상 계속 노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수가 직접 자신의 응원가 중단을 요청하고 나섰다.
루카쿠는 공식 트위터서 "내가 맨유에 합류한 이후 팬들로부터 엄청난 응원을 받았다. 그 응원가 역시 팬들이 나를 지지한다는 것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바꿔야 할 순간이다"고 팬들에게 응원가 중단을 요청했다. 루카쿠의 공식 트윗은 'RespectEachOther'라는 해시태그로 끝을 맺었다.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응원가 대신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뜻을 팬들에게 전했다.
루카쿠와 함께 이번 여름 이적 시장서 화제를 모은 알바로 모라타의 경우도 팬들의 응원가 때문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일부 첼시 팬들은 지난 레스터 시티전서 "모라타! 레알 마드리드에서 온 사나이! 그는 빌어먹을 유대인(Yids)들을 존X 싫어해”라는 가사의 응원가를 불렀다. 이드(Yid)는 유태인을 비하하는 발언이다. 첼시 팬들이 유대인 비하 응원가를 부른 것은 지역 라이벌 토트넘이 두터운 유대인 팬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응원가를 들은 모라타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보일 수 있는 응원가에 불쾌함을 나타나며 트위터를 통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첼시 구단과 안토니오 콘테 감독 역시 반유대주의적인 모라타 응원가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첼시 팬들뿐만 아니라 또 다른 런던 구단 웨스트햄이나 아스날도 토트넘 팬들을 조롱하는 유대인 비하 응원가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이러한 지역 라이벌 팬들의 응원에 토트넘 팬들은 비유대인 팬들이 앞장서서 유대인을 향한 차별에 맞서자며 이드 아미(Yid Army)'라는 서포터스 조직을 구성하고 스스로를 이드라 자칭하며 맞서고 있다. 이드 아미들은 홈경기서 이스라엘 국가와 비슷한 깃발을 흔들며 상대의 응원에 맞대응한다.
이러한 논란은 인종 차별 응원가가 일부 팬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잉글랜드 전역에 뿌리잡힌 편견이라는 것을 잘 나타낸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인종 차별 반대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에서도 모라타 응원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EPL 팬들의 응원가에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mcadoo@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드아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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