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대호, 그는 약속을 모두 지켰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9.22 11: 00

6년 만에 친정 팀으로 돌아온 이대호(35). 4년 150억 원이라는 계약 총액만큼 그가 롯데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당연한 관심이었다. 그리고 이대호는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는 바를 충분히 알고 있었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1월30일, 입단식 당시, 그는 3가지 약속을 했다.
“일단 작년에 롯데가 NC에 안 좋았던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들이 준비를 잘 하겠다. 지역 라이벌 아닌가. 어떻게든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마산, 창원의 롯데 팬들도 많으시다. 물론 NC도 좋은 팀이지만 NC 야구장이 아닌, 사직 야구장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개인 성적은 생각해 본 적은 없다. 5강보다 더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노력하다보면 개인 성적도 쌓일 것이다. 팀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들어왔다고 확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뭔가 달라진 롯데가 될 수 있도록, 강팀이 되는 롯데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
NC전 열세 극복, 5강 이상의 성적, 그리고 사직 야구팬들의 복귀가 약속의 골자다. 그리고 약 8개월이 지난 지금. 이대호 혼자의 힘으로 해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대호는 복귀 첫 해 3가지 약속을 모두 지켰다.

롯데는 지난 21일 LG가 삼성에 4-8로 패하게 되면서 최소 5위를 확보, 지난 2012년 이후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지었다. 고대하던 가을야구로의 복귀였다.
롯데를 다시 가을로 이끈 요인들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요인 중 하나를 꼽자면 이대호의 존재였다. 이대호는 올 시즌 주장과 4번 타자를 동시에 맡으면서 롯데를 이끌었다. 때로는 슬럼프로 아쉬움을 남긴 적도 있었지만 이대호는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조원우 감독 역시 “이대호가 주장도 맡으면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해줬다. 몸도 성치 않은데 투혼을 발휘해줬다”며 이대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대호는 입단식 당시 자신이 내걸었던 약속들을 모두 지킬 수 있도록 앞장섰다. 먼저 천적 NC 극복. 지난해 롯데는 NC전 1승15패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9승7패로 180도 달라진 성적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그 중심에서 타율 3할8푼2리(55타수 21안타) 5홈런 14타점을 올리며 NC 타도에 앞장섰다.
NC전 열세를 극복하니 가을야구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지난해 잃어버린 8승을 올 시즌 다시 되찾자 가을야구가 가능했고, 지금은 3위 NC를 0.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3위 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더 이상 롯데의 NC전 트라우마는 없다. 오히려 이제는 롯데가 NC를 압박하는 판세로 변했다.
가을야구가 가능하게 되자, 부산의 야구팬들도 다시 사직으로 돌아왔다. 순차적인 공약 이행이었다. 22일 기준으로 롯데는 97만 3,073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암흑기를 탈출한 2008년 130만 관중이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던 당시의 호황까지 누릴 수는 없지만 2012년 136만8,995명의 관중이 찾은 이후 5년 만에 다시 100만 관중 돌파를 눈앞에 뒀다. 가을야구의 힘이었다.
롯데는 다시 가을로 향한다. 그리고 관심을 모았던 이대호는 자신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책임감, 그리고 말의 무게를 실감했고 이를 모두 현실로 만들어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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