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50승’ SK 선발진 리빌딩, 2017년 최대 수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22 06: 15

시즌 전 SK를 가장 강력한 5위 후보로 지목한 이들은 별로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에이스 김광현의 이탈이었다.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올해 전선에서 완전히 빠졌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선발진에 마이너스 10승 악재가 있었다. 이 악재를 얻어맞고 일어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그런 SK는 올해 5위를 확정짓기 일보 직전이다.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이기면 자력으로 5강 진출이 가능하다. 3전 전패를 해도 LG가 7승2패 이상, 넥센이 4전 전승을 하지 않는 이상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간다. 확정은 아니지만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맞다. 이런 SK를 이끈 것은 가공할 만한 홈런의 힘도 있지만, 역시 선발이 잘 버텼다는 점에서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내년을 더 기대할 만한 최대 수확이다.
SK는 21일까지 141경기에서 50번의 선발승(41패)을 거뒀다. 이는 144경기 체제로 바뀐 2015년 50승, 지난해 47승에 비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선발승 50승은 KIA(57승), 넥센(52승)에 이은 리그 3위 기록이기도 하다. 비록 경기수 차이가 있으나 선발진이 강력하다는 LG는 43승, 두산은 47승이다.

물론 평균자책점(4.64)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김광현이 빠진 상황, 토종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윤희상의 예상치 못한 부진까지 겹친 상황, 다이아몬드의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임시 5선발을 썼던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값지다. 외국인 원투펀치인 메릴 켈리(15승)과 스캇 다이아몬드(10승)가 총 25승을 합작했고, 박종훈이 12승, 문승원이 6승을 보탰다.
물음표가 도처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위기를 잘 넘겼다. 현재의 성과는 물론, 미래의 가능성까지 잡았다. 켈리와 다이아몬드는 기대했던 만큼의 실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박종훈과 문승원이 한 단계 성장했다. 박종훈은 10승의 벽을 넘었다. 150이닝까지도 아웃카운트 두 개가 남아있다. 문승원은 기복이 있었던 탓에 6승에 그쳤다. 하지만 12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152이닝을 소화하며 생애 첫 규정이닝 진입을 확정지었다.
SK의 올 시즌 목표 중 하나가 “선발진 재건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20대 투수인 박종훈 문승원의 성장 속에 그 가능성을 엿봤다고 할 수 있다. 내년은 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김광현의 재활 상태가 아주 좋다. 늦어도 5월부터는 정상적인 로테이션 소화가 가능한 페이스다. 켈리는 구단이 재계약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망이 나쁘지 않다. 다이아몬드도 재계약 가능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외부 리스트에 괜찮은 투수들도 있어 외인 라인업은 적어도 올해보다 약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박종훈과 문승원이 올해의 경험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윤희상이 부활한다면 선발 6명이 든든하게 채워진다. 김광현의 팔꿈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절한 자원 배분이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2군의 선발 육성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그 결실이 2~3년 뒤 맺어진다면 연속성까지 담보할 수 있다. 순위 이상의 소중한 수확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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