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인터뷰] 이정후, 넥센의 2017시즌이 실패 아닌 이유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22 06: 19

넥센은 아직 가을야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있다. 한 경기도 미끄러지면 안되는 상황. 시즌이 끝나지 않은 탓에 올해의 성공 실패 여부를 따지기엔 이르다. 그러나 이정후(19)의 발견만으로도 마냥 실패한 시즌은 아니다.
넥센은 2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을 5-3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앤디 밴헤켄(5⅓이닝)과 그 뒤를 이은 신재영(3⅔이닝)이 kt 타선을 상대로 잘 버텼다.
타선에서는 이정후가 빛났다.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이정후는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리드오프'의 진가를 제대로 뽐냈다. 6회 결승타를 때려낸 건 물론 2득점으로 승리 일등공신이 됐다.

이정후의 득점 본능은 1회부터 시작됐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에서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뒤 폭투를 틈타 2루까지 향했다. 이어 서건창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9회에는 우전 안타로 살아나갔다. 서건창의 번트와 마이클 초이스의 볼넷으로 1사 1·2루, 김하성의 안타가 나오며 이정후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이정후는 이날 2득점을 추가하며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정후는 이날 전까지 13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534타수 176안타), 2홈런, 11도루, 46타점, 108득점을 기록 중이었다. 이날 득점 두 개를 추가한 이정후는 시즌 110득점 고지에 올랐다. 이는 신인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94년 유지현(당시 LG)이 달성한 109득점. 23년 묵은 대기록을 이정후가 갈아치운 것이었다.
이날 이정후의 대기록이 의미 있던 건 넥센의 가을야구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는 점에서다. 넥센은 이날 전까지 시즌 139경기에서 68승2무69패, 승률 4할9푼6리를 기록했다. 만일 넥센이 이날 패했다면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기고 SK가 전패하더라도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지워진다. 그래서 전방위로 맹활약한 이정후의 가치가 더욱 빛났다.
경기 후 이정후는 "기록도 기록인데 팀이 이겨서 기분 좋다. 저번에도 수원 kt전에서 대기록을 세웠는데(신인 최다 안타), 팀이 패해서 별로 드릴 말씀이 없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결승타에 2득점. 그러나 이정후는 모두 선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결승타는 (임)병욱이 형이 잘 뛴 거 아닌가. 두 차례 득점도 (서)건창이 형과 (김)하성이 형이 잘 쳐줬다. 사실 늘 그랬다. 득점 기록은 전적으로 내 뒷타자들이 항상 잘 쳐줬기에 가능했다. 주로 1번타자로 나서며 건창이 형, 하성이 형이 내 뒤에 있었다. 넥센에 온 게 행운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정후는 신인 관련 기록이라면 모조리 갈아치울 기세다. 이정후는 이미 고졸 신인 최다 안타(1994년 김재현, 134안타)는 물론 신인 역대 최다 안타(1994년 서용빈, 157안타)를 모두 새로 썼다. 또한, 이정후는 이날까지 팀이 치른 140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남은 4경기에도 무리없이 나선다면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고졸 신인 전 경기 출장' 위업이 달성된다.
아울러, 1983년 故유두열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고졸 신인 타율 3할도 사실상 확정이다. 넥센은 4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만일 이정후가 매 경기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더라도 타율 3할1푼9리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정작 본인은 무덤덤하다. 이정후는 이날도 "득점 기록이 가까운 건 알았는데 몇 개 남았는 지는 몰랐다"라며 "정말 진심인데, 팀 승리가 더 기분 좋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넥센의 가을야구 가능성이 적다는 기사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 안 했다. 경기에 앞서 특별히 이야기 나누거나 의식한 건 없었다. 하지만 늘 최선을 다하면 우리에게도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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