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부정투구 논란, '규칙 인식'이 선행돼야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22 06: 13

연일 거듭되는 부정투구 논란. 투수들 몸에 굳어진 습관이 규칙 위반을 낳고 있다. 심판들이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짧은 찰나. 이를 잡아내기 위한 대책은 없을까.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지난달 곤혹을 치렀다. 8월 20일 대전 롯데전, 배영수는 경기 도중 허벅지에 공을 문질렀다. 이는 중계화면에 포착이 됐고 야구팬들 사이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2017 공식 야구규칙 8조2항에 따르면 투수는 (1) 투수판을 둘러싼 18피트의 둥근 원 안에서 투구하는 맨손을 입 또는 입술에 대는 행위, (2) 공에 이물질을 묻히는 것, (3) 공, 손 또는 글러브에 침을 바르는 것, (4) 공을 글러브, 몸 또는 유니폼에 문지르는 것, (5) 어떤 방법으로든 공에 상처를 내는 것, (6) 이른바 샤인볼, 스핏볼, 머드볼, 또는 에머리볼을 던지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심판진의 지적, 상대팀의 어필이 없었지만 경기 종료 후 며칠간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 배영수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배영수는 23일 수원 kt전에 앞서 팬들 앞에 직접 사과했다. 당시 배영수는 "마운드 위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한 것이다. 내 잘못이다. 앞으로 불필요한 동작을 해 괜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의성 논란에 대해서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배영수는 "18년 동안 1군 마운드에 섰다. '계획적으로 로진을 묻혔다'는 이야기는 답답했다. 하지만 내 잘못이니 감수하겠다. 더 이상 말하면 핑계에 불과하다. 다만, 난 지금까지 정면 승부를 했고 비겁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해설위원 출신 야구인 A씨는 "명백한 규칙 위반은 맞다. 하지만 고의성은 없었을 것이다. 만일 모두가 유니폼에 공을 문지른다고 치더라도 배영수처럼 현역 최다승 투수가 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배영수는 사과 기자회견 당시 "영상을 보고 '내가 저런 행동을 했구나'를 인식했다. 규정은 선수로서 당연히 인지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변명할 생각 없다. 몰랐으면 그것 역시 내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위반을 저지르는 건 비단 배영수 뿐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부산 롯데-KIA전. 조쉬 린드블럼과 임기영의 선발 맞대결이 열렸다. 둘 모두 경기 후 인터넷에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도 부정투구였다. 중계 화면을 돌려보면 린드블럼과 임기영 모두 배영수처럼 유니폼에 공을 문질렀다. 역시 규칙 위반이다. 하지만 배영수 때처럼 심판진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은 OSEN과 통화에서 "린드블럼과 임기영의 사례도 확인했다. 이 역시 심판진이 놓친 게 맞다. 팬들께 죄송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잇따른 부정투구 논란. 개선책은 없는 걸까.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악의적으로 부정투구를 저지르는 투수는 없을 거라고 믿는다. 다만, 몸에 익은 습관일 뿐이다. 심판진들도 배영수 사태 이후로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심판진이 부정투구를 포착하면 곧장 조치를 취한다. 이민우 사례가 그렇다. KIA 투수 이민우는 지난 20일 광주 SK전에 선발등판했다. 이민우는 3회 공에 로진백을 곧장 문질렀다. 이 역시 앞선 사례들처럼 부정투구. 당시 원현식 구심은 이를 발견한 뒤 공을 바꿔줬다. 그 공으로 투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요즘 경기장에 나가면 구단 투수코치들에게 다시 한 번 이 부분에 대해서 주지시키고 있다. 심판들도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겠지만, 선수들도 습관이 규칙 위반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국제대회도 생각해야 한다. 규칙 개정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며 "사후 제재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현장 심판들이 더 집중해주리라 믿는다"라고 밝혔다.
A씨는 "어릴 때부터 무의식 중에 이러한 부정투구 동작을 습관화한 선수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그게 규칙 위반임을 모르는 것이다"라며 "무의식 간의 습관이든, 고의든 부정투구는 부정투구다. 심판들이 이를 잡아내는 것과 별개로 선수들 사이에서 이것이 규칙 위반임을 인지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배영수의 말처럼 존재하는 규칙을 '모르고 위반'하더라도 그건 위반한 사람의 잘못이다. 선수단 사이의 규칙 인지가 먼저인 이유다. /ing@osen.co.kr
[사진 아래] 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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