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슬럼프’ 최형우 충전에 KIA 순위 달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22 06: 13

올 시즌 KIA는 불펜 난조에도 불구하고 선발의 힘과 지난해와 비교해 확 달라진 타선의 힘으로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타선 변신의 중심에는 ‘100억 사나이’ 최형우(34)가 있다.
올해 FA 자격을 행사해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100억’의 자격이 있음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21일까지 시즌 133경기에서 타율 3할5푼1리,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060에 이른다. KIA 4번 타자 고민을 확실하게 날렸다. 최형우가 창출한 시너지 효과도 대단했다. 그런데 9월 들어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최형우의 월간 OPS는 4월부터 8월까지 단 한 번도 1.000 미만인 경우가 없었다. 4월 1.183, 5월 1.115, 6월 1.039, 7월 1.161, 8월은 1.078이었다. 큰 슬럼프 없이 꾸준하게 활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9월 16경기에서의 OPS는 0.638로 크게 떨어졌다. 타율은 2할4푼1리, 장타율은 0.310에 불과하다. 최형우의 기록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치다.

최형우의 부진 속에 KIA의 전체적인 파괴력도 약해졌다. 9월 타율은 3할2리로 여전히 좋지만 팀 OPS는 0.818로 리그 5위에 머물고 있다. 마운드의 불안요소가 자주 드러나고 있는 KIA는 팀 타격의 침체가 곧 팀 성적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명기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최형우의 부진은 치명타다.
김기태 KIA 감독은 안쓰러운 시선이다. 김 감독은 20일 광주 SK전에서 최형우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올 시즌 경기에 거의 빠지지 않았던 최형우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컨디션 관리, 머리를 식혀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김 감독은 최형우에 대해 “시즌 중 관리를 해주려고 해도 최형우가 스스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버텼지만 지금은 한 번쯤 쉬어갈 때가 됐다는 의미였다.
화려한 성적 이면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KIA 관계자들은 최형우가 ‘100억’이라는 상징적인 수치를 증명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왔다고 말한다. 겉으로는 크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사람인 이상 배터리가 한 번쯤 떨어질 때가 됐다는 것이다. 순위 싸움이 급하지만 김 감독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선발 제외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가을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더 길게 봐야 한다.
남은 경기에서 최형우의 방망이가 터지지 않으면 KIA의 전망도 어두워진다. 다행히 21일 하루를 쉬어 충전의 기회가 있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 여전히 기대는 크다. 최형우의 잔여경기 활약은 정규시즌 팀 성적과 직결됨은 물론, 포스트시즌 준비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위기에 팀을 구하는 해결사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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