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찬익의 대구 사자후] '영원한 푸른 피' 이승엽, "어디에 있든 삼성 응원하겠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7.09.22 05: 40

"프로 선수에게는 승리가 최고인 것 같다". 
현역 은퇴를 눈앞에 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이승엽은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1회 1사 만루서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뽐냈다. 삼성은 LG를 8-4로 꺾고 2연패를 마감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승엽은 "요즘엔 내게 스코어링 포지션이 안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자신감이 떨어졌다"면서 "선취점이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운좋게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1495타점을 기록중인 이승엽은 KBO리그 사상 첫 개인 통산 1500타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대기록 달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1500타점을) 달성 못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내겐 큰 의미도 없다. 후배들이 남은 경기를 뛰어야 한다. 나는 은퇴 경기(10월 3일 대구 넥센전)만 나가면 된다"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승리의 하이파이브는 언제나 짜릿하다. 이승엽은 "이기기 위해 뛰는건데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면 기분이 좋다. 라커룸에 가면 분위기가 굉장히 좋을 것"이라며 "9등이 거의 확정적이지만 9등 했다고 매일 울고 있을 수 없다. 후배들은 내년에도 야구를 해야 하고 매 경기 이기면 기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은퇴 시점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이별을 앞둔 심정이 궁금했다. 이승엽의 대답은 의외였다. "한 달 전부터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었는데 은퇴 관련 기사가 하도 많이 나와 이젠 익숙해졌다". 
은퇴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출근할때부터 평소와는 마음이 다를 것 같다. 이젠 더 이상 할 수 없으니.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출근할 생각이다. 야구장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이승엽. 그만큼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이승엽은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면 내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년에 반등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후반기 승리가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9위했으니 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없겠지만 분위기를 끌어 올려야 한다. 프로 선수로서 하위권에 맴돈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는 떠나지만 삼성은 계속 야구를 해야 한다.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경기하길 바란다. 어디에 있든 삼성을 위해 응원하겠다". 이승엽은 '영원한 삼성맨'이 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이승엽에게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나서지 못한 아쉬움에 대해 묻자 "이제 영원히 할 수 없으니 참 낯설다. 남은 3개월은 힘겹게 보내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면 걱정이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하다"고 대답했다. /삼성 담당기자 wha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