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10홀드’ 박진형이 상상하는 사직의 가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9.19 05: 40

“사직구장에서의 가을야구요? 당연히 상상해본 적 있죠. 이 넒은 구장에서 꽉 들어찬 관중 분들이 ‘봉다리(봉지) 응원’을 하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진형(23)에게 사직구장에서의 가을야구는 그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만 펼쳐지던 광경이었다. 그러나 롯데의 정규시즌이 6경기 남은 현 시점에서 가을야구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 ‘-1’을 남겨두고 있고 3위 NC와 0.5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까지 가시권에 들어온 롯데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던 데에는 박진형의 후반기 공헌도를 무시할 수 없다. 마무리 손승락까지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준 박진형은 전반기 선발 투수로 부침을 겪었지만 후반기에는 필승조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하며 롯데 상승세의 숨은 주역이 됐다.

박진형은 지난 17일 사직 SK전 6-5로 앞선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⅔이닝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9-5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SK의 추격에 거센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아낸 박진형의 역투로 경기는 다시 잠잠해질 수 있었고 롯데는 다시금 힘을 내서 쐐기점을 뽑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로써 박진형은 이날 투구로 데뷔 첫 10홀드를 기록하게 됐다.
쉽게 간과할 수도 있는 홀드 기록이다. 10홀드 기록은 그 어떤 상도 없는 평범한 기록이다. 그러나 풀타임 2년 차를 맞이하는 박진형에게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는 그 어떤 기록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록이었다.
박진형은 “사실 10홀드를 의식하고 있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전반기에는 선발 투수로 나섰지만 부진해서 우울해서 팬 분들께도 죄송했다. 후반기에는 이를 만회한 것 같다”면서 “기회를 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드린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진형읜 후반기 공헌도는 등판 일수에서 드러난다. 박진형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후반기 28경기 등판했다. 등판 경기에서 김강률(두산·29경기)에 이은 전체 2위에 해당한다. 평균자책점은 2.48이었고 10홀드와 동시에 세이브 2개도 동시에 올렸다.
후반기 3연투가 4차례나 있었고, 2연투도 3차례 있었다. 후반기 등판 경기의 절반 이상을 연투로 책임졌다. 체력적인 문제가 박진형에게는 가장 큰 고민이자 문제로 대두됐지만, 마운드에 오른 이상 대부분의 경기들을 책임졌다. 그는 “공 스피드나 제구를 보면 3연투 중 첫 날이 안 좋고, 둘째 날, 셋째 날로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몸이 갈수록 잘 풀리거나 하지는 않는데, 보통 그렇게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진형희 후반기 헌신과 역투로 롯데는 이제 가을야구를 눈앞에 뒀다. 2013년 전체 2라운드 13순위로 지명돼 재활 등으로 2015년이 되어서야 입단한 박진형으로서는 사직구장에서의 가을은 상상 속의 일이었다. 박진형이 입단한 2013시즌부터 롯데는 가을야구를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박진형은 “사직구장에서의 가을야구를 당연히 상상해본 적 있다. 이 넒은 구장에서 꽉 들어찬 관중 분들이 ‘봉다리(봉지) 응원’을 하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직구장 곳곳에 사진들이 걸려 있는 것을 봤는데 멋있었다”며 들뜬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때로는 마운드에서 부진한 투구로 고개 숙였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이후에도 밝은 표정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곤 하는 박진형이다. “팀이 계속 이기니까 기분이 좋고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더 밝을 수 있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말.
아직 박진형은 만족하지 않고 있다. 포스트시즌 컨텐더 팀의 필승조라는 책임감, 그리고 팀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에 잔여경기 역시 긴장을 늦추지 않을 태세다. 박진형은 “책임감이 커진다. 물론 다른 형들도 좋기 때문에 필승조라고 하기 보다는 같은 계투 요원이라고 생각 한다”면서 “팀도 3위를 갈 수 있으니 바짝 긴장해서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며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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