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히딩크측 진실 공방, 소모전에 멍드는 한국축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9.15 05: 01

대한축구협회의 숨기기일까. 아니면 거스히딩크재단의 농락일까.
거스 히딩크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논란이 됐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한국시간) 저녁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프랑스 파리 주재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자신에게 집중됐던 이목에 대한 입장 표명의 시간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없다. 한국 국민이 원하고,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 이바지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서 히딩크 감독은 "여러 가지 여건으로 볼 때 축구팀 감독으로서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다.
히딩크 감독의 입장 논란이 불거진 것은 6일 거스히딩크재단 노제호 사무총장의 인터뷰 때문이다. 노 사무총장은 "히딩크 감독이 지난 6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해설을 위해 러시아에 갔을 때 동행한 자리에서 한국 축구에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일부 축구팬들은 당장 히딩크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이뤄지는 등 히딩크 감독에 대한 향수가 가득해 졌다.
이들 팬들은 현재 대표팀의 상황이라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히딩크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축구협회는 일단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히딩크 감독의 이야기가 나온 뒤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전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만약 있었다면 언론에 나갔을 것이다. 당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히딩크 감독은 명장이다.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제의를 할 리가 없다. 협회 입장에서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불쾌함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은 "신태용 감독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다. 신태용 감독이 예선서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겼기 때문에 본선에서는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노 사무총장은 그동안 논란이 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을 만나러 유럽으로 건너갔다. 조만간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 노 사무총장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임무도 있었던 것.
위에 언급된 것처럼 히딩크 감독의 입장은 애매하다. 유럽인들이 확신을 갖지 않고 말하는 스타일과 비슷하다. 일단 히딩크 감독은 축구협회와 공식적인 대화를 나눈적이 없다고 확언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자리 혹은 어떠한 형태로든 한국 축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을 맡겠다는 말도 안했지만 맡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또 가장 중요한 부분은 2002년의 영광을 다시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마친 뒤 몇 나라의 대표팀 감독으로 성과를 만들기도 했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기대 이하다. 히딩크 감독은 2011년까지 터키 지휘봉을 잡았지만 2012 유럽선수권 예선 탈락으로 계약 해지됐다. 2014년 8월 네덜란드 사령탑에 올랐으나 성적 부진으로 10개월 만에 경질됐다. 현재 행보는 특별한 것이 없다.
거스히딩크재단의 입장은 히딩크 감독의 발언과도 조금은 다르다. 노 총장은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해 본선행을 확정지은 후 히딩크 감독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미 2달 전에 비공식적으로 축구협회 고위층에 히딩크 감독의 의사를 전달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하고 있는 상황.
반면 김호곤 부회장은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 부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서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히딩크 측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 대표팀 감독과 관련해 히딩크 측과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 만난 적도 없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부회장은 OSEN과 인터뷰서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도대체 카카오톡 메시지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찾아본 결과 '부회장님~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국대 감독을 히딩크 감독님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 선임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월드컵 본선 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 해서요~~~ ㅎ'라는 것이 와 있었다. 모르는 이가 농담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을 제의라고 하기에는 어렵지 않나"라며 아쉬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축구협회는 논란이 이어지자 공식성명도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한국축구와 우리 축구대표팀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히딩크 감독이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며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하여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앞으로 조언을 구할 일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어떠한 직책에 대한 제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상황이다.
따라서 진실 공방이 일어나고 있다. 김호곤 부회장과 대한축구협회의 입장 그리고 노제호 사무총장이 밝히고 있는 거스히딩크재단의 입장차가 극으로 달리기 때문에 분명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일부 축구팬 그리고 네티즌들은 히딩크 감독에 대한 환상을 잊지 못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 스스로 "여러 가지 여건을 봤을 때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상황. 그리고 신태용 감독의 선임에 대해서는 "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말이 나오면서 복귀에 대한 팬들의 열망은 더욱 커졌다.
과연 축구협회가 제안을 받았으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최근 조중연 전 회장 등 축구협회 전-현직 관계자 11명이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한 혐의로 입건된 상황이다.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제안한 것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올 수 있다. 농담처럼 건넨 카카오톡 메세지가 구체적인 제안이라고 보기에는 분명 어려움이 따른다.
반대로 거스히딩크재단의 입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번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모든 비난 그리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노 사무총장측은 축구협회와 협의한 부분에 대해 모든 것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은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노제호 사무총장의 입장차와 상관없이 한국 축구는 큰 타격을 받았다. 경기력 논란이 있지만 위기의 상황서 대표팀을 이끌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신태용 감독은 시작부터 비난 및 사퇴요구를 받게 됐다.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히딩크 감독이 복귀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또 무분별한 비난으로 인해 정상적인 준비가 어렵다. 가뜩이나 대표팀에만 집중해야 할 감독 및 코칭 스태프는 흔들리게 됐다. 결국 이 문제는 진실공방을 통해 사실 관계가 밝혀진 뒤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게 됐다. / 10bird@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