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만 30세’ 최정, 레전드행 대기표 뽑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12 11: 00

KBO 리그의 전설 이승엽(삼성)은 은퇴를 앞두고 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 중에 난감한 질문도 있기 마련인데,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홈런 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는 후배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당시 이승엽은 고민 끝에 최정(30·SK)의 이름을 꺼냈다. 현재 홈런 개수, 그리고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는 홈런 페이스를 고려하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였다. 이승엽이 그런 최정을 찍은 이유는 현재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직 만 30세의 선수지만, 그간 쌓은 기록은 이미 KBO 역사에 이름을 남길 법한 족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적어도 대기표를 뽑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최정은 지난 10일 인천 넥센전에서 6회 만루포를 쏘아 올리면서 개인 통산 900타점 고지를 밟았다. KBO 리그 역대 23번째 기록. 최정보다 더 어린 나이에 900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KBO 역사상 단 2명밖에 없었다. 2003년 이승엽이 만 26세 11개월 13일에 달성한 것이 KBO 리그 최연소 기록이고, 2005년 심정수가 만 30세 3개월 28일에 달성했다.

2005년 SK의 1차 지명을 받은 최정은 곧바로 1군에 데뷔했다. ‘소년장사’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타고 난 타격 재능을 인정받았다. 2005년 45경기, 2006년 92경기에 뛴 최정은 2007년부터 팀의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4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고, 부상의 터널을 지나 지난해와 올해는 2년 연속 40홈런-100타점의 기념비를 쌓았다.
데뷔 시즌부터 꾸준히 뛴 덕택에 누적 기록도 제법 화려하게 쌓였다. 최정은 11일까지 1군 통산 1382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 1383안타, 268홈런, 903타점, 824득점, 2459루타를 기록 중이다. 이 중 벌써 KBO 리그 역대 30위 안으로 들어온 기록들이 보인다. 우선 홈런은 벌써 12위다.
현역 선수 중 최정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는 올해를 끝으로 은퇴할 이승엽(464홈런), 이호준(335홈런), 그리고 30대 중반을 넘어선 이범호(302홈런)와 김태균(293홈런) 뿐이다. 최정이 이들보다 최소 5년 이상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격차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타점도 23위, 득점도 28위, 총루타도 27위다. 최정보다 높은 순위에 은퇴 선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는 쭉쭉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물론 앞으로도 난관은 있다. 현재의 기량을 적어도 3~4년 더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부상이 없어야 한다. 서서히 잔부상이 많아지고 있는 최정으로서는 부상 관리가 가장 큰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해외진출 없이 꾸준히 뛴다면 30대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홈런 및 타점 신기록도 조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주춤한 기색이 없는 이 야구천재가 조용히 전설의 반열을 향해 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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