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여운혁 PD “나이 먹어 ‘빅픽처’ 출연? 부끄럽지 않다”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7.09.11 16: 10

 “포맷이 세련되면 유행하지만 출연자를 좋아하면 오래간다”
‘느낌표’부터 ‘빅픽처’까지. 여운혁 역시 수많은 히트프로그램을 만든 대한민국 대표 PD다. 항상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그에게 있어서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가장 즐거운 일이다.
“방송국이든 인터넷이든 넷플릭스든 매체에 대한 영향력을 고민해 본 적이 없어요. 내가 경쟁력이 있으면 살아남는 거죠. 딴 사람이 보면 출연까지 하고 없어 보이게 하느냐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35살 먹은 피디가 프로그램 출연하는 것은 괜찮고 저는 안 될 이유가 없죠. 제가 여운혁이지만 이런것도 할 수 있는 거예요. 바닥으로 내려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하나도 창피하지 않아요”

예능PD로 히트상품을 꾸준하게 만들어온 그에게 최근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나이이다.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유머코드나 용인할 수 있는 가치관 등이 점점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 PD 역시도 최근의 변화들을 느끼고 있다.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실천해온 것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잖아요. 제가 나이를 먹었으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관습이나 습관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말이 관계를 규정하니까 더더욱 조심하려고 하죠. 같은 말을 해도 제 위치와 나이가 있으니까 갑질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그러면서 그는 어른으로서 ‘갑질’을 하지 않기 위해서 책임은 더 많이 지고, 말은 줄이는 태도를 견지하려고 애쓴다고 털어놨다.
“최근에 본 말 중에 ‘결정하는 사람이 책임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참 좋더라고요. 과거 MBC가 그랬어요. 결정하는 사람이 책임진다는 마인드로 선배들이 결정하고 책임지니까 열심히 하고, 후배들도 그것을 보고 열심히 하고. 나이 들면서 제가 자꾸 잔소리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하는 말이 권력이고 억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여PD가 생각하는 자신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을 비결로 털어놨다.
“제가 만드는 프로그램은 15살부터 21살 남자들이 좋아해요. 제 감성도 그런 것 같아요. 그 나이 때 친구들이 충성도가 높고 한 번 좋아하면 계속 좋아해요. 하지만 그 친구들이 좋아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포맷이 세련되면 유행하지만, 출연자가 좋으면 10년을 가거든요. 제가 운이 정말 좋기도 해요”/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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