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커지는 양의지, 그렇게 베테랑이 되어간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11 06: 26

포수 출신 감독과 팀의 주전 안방마님. 김태형 두산 감독은 평소 양의지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왔다. 양의지가 슬럼프에 빠졌음에도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양의지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 선발 포수로 선발출장했다. 그러나 3-3으로 맞선 5회 두산의 수비에 앞서 양의지 대신 박세혁이 마스크를 썼다. 충돌이나 부상을 당할 법한 장면이 없었기에 의아했다.
체력안배차 교체라고 하기에는 스코어 상황도 어색했다. 두산 관계자에 문의를 하니 "별다른 이유는 없다. 말 그대로 '그냥' 교체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10일 경기에 앞서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양의지 교체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본인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늘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속내를 감춘 양의지와 '부담'은 멀어보이는 단어였다.
의아해하는 취재진에게 김태형 감독은 설명을 이었다. "유독 포수라는 자리가 그렇다. 베테랑이 될수록 점점 부담을 느끼는 자리다. 투수 공이 좋다고 느껴지면 자기 경험대로 손쉽게 경기를 끌고 가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부담이 몇 배로 뛴다".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의 이야기다.
9일 경기 선발투수 장원준은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111개. 3회까지 65구를 던지는 등 제구에 애를 먹었다. 김태형 감독은 "(장)원준이의 컨디션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원준이는 원래 좌우를 가리지 않고 존 바깥에 제구되는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 특히, 좌우의 비율이 비슷해서 타자들을 혼란시킨다. 그러나 9일 경기에서는 한쪽으로 쏠렸다"라고 진단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면 선발투수 장원준이 고전하자 양의지가 더 큰 부담을 느꼈다는 의미. 김 감독은 "젊은 포수들은 그저 야구가 재밌어서 마음대로 덤벼든다. 그러면서 실수도 나오지만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때도 있다. 하지만 베테랑은 본인이 가진 철학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굳어져 있다. '내가 고참이니까 반드시 막아야돼'라고 부담을 갖지만, 그럴수록 본인 뜻대로 안되는 게 야구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양의지는 올해 유달리 힘든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25일 잠실 롯데전서 상대 선발 박세웅에게 공을 맞아 손가락 골절 부상을 입었다. 왼 소지 중수골 미세 골절. 양의지는 같은날 골절을 당한 민병헌과 함께 나란히 일본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한 달 만에 복귀했지만 타격감이 썩 좋지 않다. 김 감독은 "타구 질이 좋아지고 있다"라고 위안한다.
양의지는 10일 경기에 지명타자로 나섰다. 비록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리는 데 그치며 무안타에 머물렀지만 여유를 되찾기 위한 시간이었으리라. 김태형 감독은 지금 겪는 고민의 시간이 포수 양의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믿고 있다. 이미 궤도에 진입한 양의지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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