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팀내 홈런 선두' 유강남, 거포형 포수로 성장 중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09 20: 15

아직 규정타석을 채운 적 없는 포수 유강남이 팀내 홈런 단독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역설적으로는 '거포'가 없는 LG의 사정이 드러나는 대목이지만, '거포형 포수'로 성장 중인 유강남을 폄하할 수는 없다.
유강남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전에 8번타자 겸 포수로 선발출장, 4타수 1안타(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3-3으로 맞선 6회, 그가 두산 선발 장원준 상대로 때려낸 솔로포가 이날 경기 결승점이었다. LG는 유강남의 결승포에 힘입어 두산을 4-3으로 누르고 5연승을 내달렸다.
유강남의 시즌 초는 어두웠다. 주전 포수로 시즌을 시작한 유강남은 3~4월 23경기에 출장했으나 타율 1할3푼(46타수 6안타), 1홈런, 6타점에 그쳤다. LG 퓨처스 팀에 마땅히 콜업할 포수가 없던 탓에 유강남은 타격감을 끌어올릴 시간 없이 경기에 나서야 했다. 그나마 4월 30일 수원 kt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때려낸 게 위안거리였다.

그러나 5월에도 18경기에서 타율 2할3푼1리,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결국 유강남은 5월 29일 1군에서 말소됐다. 시즌 첫 말소였다. 양상문 LG 감독은 콜업 가능시기인 열흘을 넘기고도 유강남을 불러들이지 않았다. 유강남은 결국 말소 19일 뒤인 6월 15일에야 1군에 올라왔다.
이때부터 유강남이 살아났다. 그는 6월 12경기에서 타율 3할5푼9리, 3홈런, 1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7월에도 타율 3할1푼3리, 2홈런, 14타점. LG가 6~7월 23승19패1무, 승률 5할4푼8리로 순위 싸움에서 뒤지지 않았던 건 타석과 홈 플레이트에서 모두 제 역할을 다한 유강남 덕이 컸다. 실제로 LG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4.17로 이 부문 리그 선두에 올라있다. 주전 포수 유강남의 공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8월 3홈런, 9월 2홈런을 때려낸 유강남은 8일까지 12홈런으로 팀내 홈런 선두에 올랐다. 물론 양상문 감독은 이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는 유강남의 활약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분전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유강남에 대해서는 "풀타임 3년차 포수가 이렇게 하기 힘들다"라며 치켜올렸다.
9일 경기 LG가 0-2로 뒤진 2회, 선두타자로 나선 양석환이 좌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이날 전까지 12홈런으로 박용택과 함께 팀내 홈런 공동 2위였던 양석환은 유강남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그러나 균형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강남은 3-3으로 맞선 6회, 두산 선발 장원준 상대로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지난 6일 잠실 KIA전에 이은 4경기만의 홈런. 볼카운트 1B에서 장원준의 2구 슬라이더(132km)가 몸쪽 낮게 잘 제구됐지만 유강남은 이를 걷어올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날 경기 결승포.
수비에서도 재치가 빛났다. LG가 4-3으로 앞선 9회, 두산은 허경민의 실책 출루로 불씨를 살렸다. 허경민은 초구부터 2루로 향했다. 그러나 유강남은 이를 간파하고 피치아웃 사인을 냈고, 허경민을 잡아냈다. 동점의 희망을 꺾은 것이다.
한국 야구는 '강민호-양의지' 이후 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수비력이 괜찮은 선수들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타석에서의 능력은 강민호, 양의지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 그러나 유강남의 성장은 LG뿐만 아니라 한국 야구에 있어서도 호재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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