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원정 패배' 대표팀, 잔디 보다 중요한 전술과 치열함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9.01 13: 27

과연 잔디가 좋았다면 경기력이 달라졌을까?.
손흥민은 경기 후 "핑계로 들릴 수 있지만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란이 뒤로 물러나 선수들끼리 연계 플레이를 하려고 했다. 내가 드리블로 11명을 제칠 수 없다. 잔디 상태도 심각하게 안 좋아 마음대로 드리블을 할 수 없었다. 선수들끼리 세밀하게 만들어서 골을 노렸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도 경기를 마친 뒤 더욱 구체적으로 잔디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신 감독은 "잔디 문제가 대표팀을 힘들게 했다. 이란 선수들은 잔디가 밀리더라도 치고 나가는 힘이 있다. 잔디의 어려움을 이겨낸다. 우리 선수들은 중심이 밀려 넘어지기 쉽다. 원하는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 잔디가 좋은 곳에서 경기했다면 좀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쳤을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잔디 때문에 경기력이 최악이라는 것은 매번 나오는 이야기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야기는 나왔다. 특히 지난해 9월 6일 열린 시리아와 최종예선 2차전도 잔디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시리아의 홈 경기였지만 내전 등 시리아 정국의 불안으로 인해 중립지역에서 경기가 열렸다.
당초 레바논 베이루트가 1차 후보지로 떠올랐지만 레바논 역시 안전과 경기장 시설 등의 문제로 마카오로 변경됐다. 하지만 시리아 축구협회와 마카오 축구협회가 협의에 실패하면서 장소가 말레이시아로 또 바뀌었다.
시리아와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그 때도 잔디가 가장 큰 변명이었다. 경기력 자체가 좋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잔디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 됐다. 동남아 특유의 떡잔디라면서 선수와 감독 그리고 해설위원까지 잔디 문제를 언급했다.
그마나 슈틸리케 감독이 좋은 성적을 거뒀던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잔디에 대해서도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에 변명은 할 수 없었다.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경기서 일본이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또 최근 중국 창사에서 열렸던 최종예선 경기서도 잔디가 좋았지만 경기는 패했다. 당시 선수들은 "한국 보다는 잔디가 좋겠죠"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은 잔디 때문에 적응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 결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이란전을 앞두고 잔디 상태를 끌어올리고자 7000만 원을 들여 그라운드의 4분의 1가량 잔디를 교체했다.
잔디 온도를 낮추려고 대형 송풍기 8대를 24시간 가동하는 등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잔디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 결국 선수들이 뛰는 곳마다 잔디가 패였다.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잔디 복구 요원이 우르르 투입돼 팬 곳을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상대 이란의 경기력은 달랐다. 문제라고 말하기 어려움은 없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잔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유럽처럼 철저한 관리를 받는 곳이 아닌 상황에서 잔디 관리가 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똑같은 사정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문제점을 잔디로 돌리는 것이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변명중 하나다. 대표팀의 많은 인원들이 유럽에서 뛰며 좋은 경기장에서 활약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잔디탓은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다.
특히 전 날 열린 이란전은 잔디탓으로 경기력의 저하를 논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전술적은 부담도 컸고 선수들의 의지도 강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치열한 전술적 움직임이 나왔다. 잔디도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만 잔디 문제는 크게 회자 되지 않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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