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 투혼' 女 대표팀, 상처만 남긴 씁쓸함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8.17 17: 16

강행군 투혼으로 한국은 무엇을 얻었을까. 과정을 떠올려보면 씁쓸함 밖에 남지 않은 듯 하다. 
한국은 1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19회 AVC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3,4위전에서 중국을 세트 스코어 3-0(25-11, 25-18, 25-20)로 셧아웃 시키며 3위로 대회를 마무리 했다.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3위로 유종의 미를 거둔 대표팀이다. 그러나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오는 과정은 잡음의 연속이었다.

올 여름,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쉴 틈 없이 강행군을 펼쳤다. 지난 5월 말 열린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FIVB 월드그랑프리, 그리고 AVC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전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대표팀의 일정은 시작됐다.
태국과의 올스타전을 성황리에 치렀지만 이후 대표팀은 잡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 됐다. 그랑프리 3주차, 그리고 결승까지 치르는 동안 불가리아, 폴란드, 한국, 체코 등 세계 방방곡곡을 누볐다. 
하지만 강행군에 걸맞는 지원을 받지 못했다. 14명의 엔트리 가운데 12명이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했다. 특정 선수와 주전에 대한 체력적인  부하가 쏠릴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주전 공격수 김연경에게 쏠린 부담은 상상 이상이었다. 대표팀 전력 그 자체이고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김연경도 지쳐갈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여기에 그랑프리 준결승을 위해 체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12명 중 6명이 비즈니스석, 나머지 6명은 이코노미석을 배정하는 등의 논란까지  생겼다. 배구협회의 무관심과 지원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IBK기업은행의 통 큰 결단으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선수들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이동거리의 피로도, 엔트리 부족, 부실한 지원 등 삼중고를 겪은 한국 대표팀은 그래도 그랑프리 준우승으로 투혼을 펼쳤다. 하지만 투혼으로 얻은 결과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았다. 
결국 김연경은 폭발했다. 김연경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면서 작심 발언을 펼쳤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재영의 실명이 거론되며 논란은 증폭됐다. 배구협회의 부실한 지원의 화살이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이재영(흥국생명)에게 향했다. 이재영에 대한 비난, 그리고 부실한 배구협회의 지원 등으로 논란의 불똥이 튀면서 대표팀의 상처가 곪아 터지고 말았다.
결국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사건은 터졌다. 8강 토너먼트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서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부상으로 코트에서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강행군 속에서 통증을 참고 뛰었던 양효진이 쓰러지면서 대표팀 엔트리 부실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결국 양효진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한국은 4강에서 태국에 셧아웃 당하며 3,4위전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배구협회의 부실 지원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선수단의 내홍까지. 대표팀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치 않은 논란에 시달렸다. 선수들의 투혼으로도 과정에 대한 아쉬움과 씁쓸함은 감싸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짧은 휴식을 취하고 9월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그랜드챔피언스컵,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을 태국에서 치른다. 강행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과연 올 여름 대표팀의 마지막 대회에서는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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