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러운 캐릭터, 퓨전 사극의 주인공, 역시 김남길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똑부러지는 걸크러시, 장르물의 매력을 배가하는 연기력, 역시 김아중다웠다.
김남길과 김아중이 주연으로 나선 tvN '명불허전'이 12일 베일을 벗었다. 전작인 '비밀의 숲'과 무게감과 컬러를 달리한 이 드라마는 타임슬립, 의드, 코믹 등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장르물이다.
첫 방송에서는 조선 시대 혜민서 의원 허임(김남길 분)이 왕의 병을 치료하다가 심한 손떨림 증상을 겪으며 도망가 결국 관군이 쏜 화살을 맞고 400여 년 뒤 2017년으로 타임슬립한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 시대 복장 그대로 2017년 서울에 떨어진 허임은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 아래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골목에서 쓰러진 남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 있게 침통을 꺼내며 놀라운 적응력을 예고하기도.
그런가 하면 실력파 흉부외과의 최연경(김아중 분)은 클럽에서 춤을 추다가도 응급 환자 콜을 받고 한 걸음에 달려가 멋지게 수술을 성공시켰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진 않지만 실력은 으뜸인 여의사였다.
두 사람은 클럽 골목에서 우연히 부딪히며 처음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 둘은 쓰러진 남자를 구하는 데 한의학과 현대의학에 대한 대립점을 보이며 파란만장한 인연을 예고했다.
김남길이 그린 허임은 다채로운 매력의 소유자였다. 낮에는 천민들을 위해 침술을 펼치는 영웅이었으나 밤에는 양반들의 집에 왕진을 다니며 재물을 따로 모으는 이중적인 인물. 종이 울리면 침을 놓다가도 '칼퇴'하는 엉뚱한 인물이었다.
서울에 떨어진 이후에는 능청스러운 매력이 폭발했다. 배고픈 나머지 식당을 기웃거리며 군침을 흘리거나 인형뽑기 하는 커플들을 애처롭게 쳐다보기도. 영화 '해적'에서 입증했던 김남길 표 능청미가 '명불허전'에서 배가됐다.
김아중은 반박불가 '장르물 퀸'이다. '미녀는 괴로워' 같은 로코물에서도 그의 매력은 빛을 발했지만 '사인'을 비롯한 '펀치', '원티드' 등 여러 장르물에서 김아중은 여배우의 품격을 드높였다.
'명불허전'에서도 마찬가지. 처음 하는 의사 연기인데도 정확한 대사 전달과 멋진 카리스마, 수술복도 멋지게 소화하는 맵시까지 최연경은 곧 김아중이었다.
두 사람 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무기를 완전히 장착하고 나선 셈이다. 얼마나 칼을 갈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 김남길과 김아중을 내세워 '비밀의 숲'이 떠난 자리에서 안방 문을 자신 있게 두드린 '명불허전'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명불허전'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