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품위녀'·'언니'..2017 브랜 뉴 '막장드라마'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7.08.10 10: 23

 이른바 '막장드라마'의 소재이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나는 작가의 필력이 드라마의 품위를 높인다. 2017년 '브랜 뉴(brand new) 막장극'이라 할 만 하다.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이하 품위녀)는 불륜, 꽃뱀, 재벌 상류사회, 강남 사모님 등 막장 단골 소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 초반부터 어느 정도 선입견 속에 출발했다. 하지만 막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현재, 이 드라마는 한 편의 잘 만든 심리 서스펜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품위녀'는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 우아진(김희선 분)과 박복자(김선아 분)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돈을 위해 부자 남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꽃뱀처럼 대놓고 유혹해 그과 결혼하는 여자, 또 집을 차지하려고 남편의 내연녀와 한 집에 사는 여자는 어찌보면 상식 밖이다. 다른 여자들은 서로 머리채를 잡고, 들어도 본 적 없는 파스타 따귀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소재들 속에 행간이 있다. 밑바닥 인생과 상류층 사람들,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묘사는 풍자로 다가오고 주인공들의 심리와 가치관을 드러내는 대사는 보는 이를 숨죽이게 만든다. 드라마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욕망과 품위는 무엇인가.
극 중 우아진은 회사 주식을 모두 넘겨버린 박복자를 찾아가 “당신 행복 오래가지 못한다. 욕망한 이 모든 게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불행해질 거다. 당신은 당신이 한 짓이 나쁜 짓이라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난 내가 가져야 할 것만 욕망한다. 그게 당신과 나의 차이다”라는 대사를 던졌다. 이런 우아진의 말은 방송 후 회자되고 있다. "가지면 안 되는 걸 욕망하면 결국 그 끝은 파멸이야."
더욱이 김선아의 죽음으로 시작한 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렬한 서스펜스를 낳고 있는 중이다. 시청자들은 새드엔딩과 해피엔딩의 사이에서 일종의 선택 자유가 있다.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는 보다 B급 정서가 강하지만 그 만큼 유쾌함이 가득하다. 출생의 비밀, 불륜, 살인, 살인미수, 모함 등 이른바 막장 요소들이 맛깔난 변주를 거쳐 코믹과 진지함을 오간다.
드라마는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 여자의 자립갱생기로, 여성들의 우정과 성공을 그리고 있다. 이례적으로 악녀가 3명이나 존재하고, 이 악녀를 잡기 위해 모인 이들이 핏줄보다 강한 '가족'이 돼 가는 이야기가 일면 새롭고 따뜻하다. 드라마는 전작 '내 딸 금사월', '왔다 장보리' 등을 쓴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기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흐름이 있지만, 그 안에서도 기존 전형성을 탈피한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악녀와 악녀의 대결 같은 구도가 그렇다. 더불어 이 악녀들은 일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지독한 신분상승 욕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보는 이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수도 있다. 그리고 '품위있는 그녀'와는 반대로 (극 중 김수미가 분한 사군자의)살인자가 누구인지 시청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흘러가고 있는 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손창민-장서희 커플의 달달한 모습이나 변정수-안내상-황영희 코믹 케미 3인방의 모습은 복합장르극인 이 드라마의 매력을 십분 살린다. '예측 가능하다'와 '어디로 튈 지 모르겠다'란 반응이 신기하게 공존하는 작품이다. 김순옥 작가는 뒷심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기에 앞으로의 전개도 지켜볼 만 하다.
소재가 비슷하니 두 드라마가 유사한 부분도 있다. '품위녀'에서 재벌가 며느리 우아진의 남편이 딸의 미술선생 안성희(이태임 분)와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은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재벌가 딸 구세경(손여은 분)의 아들 가정교사 김은향(오윤아 분)이 구세경의 남편 조환승(송종호 분)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 등이 그렇다. 이들 커플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두 드라마는 모두 시청률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 nyc@osen.co.kr
[사진] JT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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