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커피 한 잔] '재꽃' 정하담, 나도 꽃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10 15: 02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꽤나 잘 어울리는 배우다. 조곤조곤 내뱉는 말에서는 어리지만 꽤 단단한 심지를 가진 속내가 드러난다. '들꽃'부터 '스틸 플라워'에 이어 '재꽃'까지, 이른바 꽃 3부작을 마무리한 배우 정하담. 자신에게 숙제 같았던 총 세 편의 영화를 마무리한 정하담은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 자신만의 향기를 전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정하담은 지난 2015년 영화 '들꽃'으로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데뷔작인 '들꽃'을 시작으로 시리즈로 이어지는 '스틸 플라워', '재꽃'까지 3부작을 끝마친 정하담은 "감회가 남다른데,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을 잘 마쳤다는 느낌인 것 같다"고 웃었다. 
'들꽃'부터 '재꽃'까지 정하담은 자신의 실제 이름인 하담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배우 정하담이 자란 만큼, 영화 속 하담도 자랐다. '들꽃'에서 자신만큼이나 큰 캐리어를 끌고 밤거리를 헤매던 하담은, '재꽃'에 이르러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지닌 아이 해별을 안아줄 만큼 훌쩍 컸다. 

정하담은 "영화 속 서사들이 제가 겪어본 서사들이 아니라 '들꽃'이라는 작품을 찍었을 때는 제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한 구분이 잘 안됐다. 그런데 '재꽃'까지 찍고 나서는 거리감이 생겼다"며 "제 이름과 같은 이름이라 좋다고는 생각했다. 인물들이 전부 사려깊고 품이 깊은 인물들이라, 이제는 좋다. 처음에는 싫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재꽃' 속에서 장해금이 연기한 해별과의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영화적인 코드일 수는 있지만, 해별이를 독자적인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을 투영해서 보고 있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혼란스러웠다"라며 "여러 가지 고민 때문에 한 장면씩 촬영을 끝낼 때마다 잘 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마음이 복잡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꽃 3부작은 2015년부터 1년에 한편씩 관객들을 만났다. 특히 '스틸 플라워'로 정하담은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수상했고, 제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는 신인여우상을, 제4회 들꽃영화상에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대들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꽃 3부작이 정하담에게 가져다준 진정한 성장은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연기에 대한 갈망을 더욱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원래도 연기를 하고 싶긴 했지만, 그게 너무나 막연하기만 했거든요. 연기란 행위가 대체 어떤 걸까, 그냥 막연하기만 했어요. 막연하게 하고 싶기만 하니까 갈망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연기는 물론 스트레스가 따르는 작업이긴 하지만, 보통 살아가면서의 인간 관계보다는 연기할 때의 고민이 훨씬 깨끗한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네' 하지만, 정말 행복한 고민인 것 같아요. 행복한 과정 속의 고통이랄까. 연기를 한다는 게 늘 어렵고, '연기가 이런 거야?'라고 하지만, 늘 더 하고 싶고, 더 고민하게 되는 갈망이 생겼어요." 
봉준호 감독은 '재꽃'을 본 후 주연을 맡은 정하담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봉준호 감독은 정하담에 대해 "소문대로 정하담의 존재감이 정말 대단하다"며 "아주 새로운 유형의 독특한 느낌의 배우"라고 칭찬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정하담은 "너무 감사하다. 사실 봉준호 감독님을 뵌 적이 없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괴물'을 보고 그렇게 유명했던 분인데 저를 알고 계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고, 영화 보신 것도 신기하다"며 "칭찬해 주신 게 벅차고, 영화를 앞으로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모든 배우가 그렇듯,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로서 정하담이 꿈꾸는 미래 중 하나다. 정하담은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한다. 배우라면 누구나 그럴 거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누구나 작업을 하고 싶지 않을까. 언젠가 하게 된다면 뜻깊을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어릴 적 소설가를 꿈꾸던 소녀 정하담은 자라서 배우가 됐다. 책에서만 읽었던 상상의 세계들은 스크린에서 소녀가 살아가는 새로운 현실 세계가 되어주었다. 더이상 소녀는 소설가를 꿈꾸지 않는다. 더욱 큰 세계가 눈 앞에 있기 때문이다. 
정하담이라는 예쁜 이름은 '여름 연못(夏潭)'이라는 낭만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꽃 3부작을 마친 이 꽃같은 배우는 자신을 연꽃에 비유했다. 연못에 떠 있는 연꽃처럼, 예쁘지만 흔하진 않고, 사람들이 찾아와서 봐주는 꽃이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다.
"저는 여름 연못이니까, 연꽃에 가깝지 않을까요(웃음). 하얀색일 것 같고, 연못 같은데 찾아가서 봐야 하는 그런 꽃이요. 사람이랑 어우러져 있을 때 예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니고요. 찾아가야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너무 외롭게는 안 보였으면 좋겠어요. 저는 연기를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도 단편 영화도 하고, 다양한 작품을 찍고 싶어요. 마음을 줄 수 있는 좋은 역할을 맡아서, 길게 많은 분들께 인사 드리고 싶어요." /mari@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