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옥자'부터 '군함도'까지..이정은, 매력만점 心스틸러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8.01 15: 30

 굳이 주연·조연을 가리자면, 배우 이정은은 후자에 해당된다. 사실 한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데 주연 배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 화면에 노출되는 빈도는 높지만 조연 혹은 단역이라고 해서 완전히 존재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정은은 단역을 맡더라도 기대 이상의 에너지를 발산해 주연 못지않은 연기력과 아우라를 뽐낸다. ‘신스틸러’를 넘는 ‘심스틸러’가 아닐까 싶다.
1991년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한 이정은이 스크린 및 TV에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부터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다소 늦은 행보. 영화 ‘전국노래자랑’에서 동수 이모 역을 맡아 본격적으로 상업 작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에게 주어진 캐릭터는 걸출한 연기력을 지녔음에도, 단역이었다.
이후 영화 ‘변호인’에서 옛집주인 역을,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에선 아줌마 역을, ‘헬머니’에선 무당 할머니의 며느리 역을,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에선 미용실 원장 역을 맡았다. 구체적인 이름 없이 누구누구의 며느리, 무슨 무슨 아주머니 역을 맡아왔던 것. 그렇다고 해서 이정은이 결코 작아 보이진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15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서빙고 보살 역을 맡으면서 얼굴과 함께 이름도 동시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드라마 ‘송곳’에서 김정미라는 캐릭터의 이름을 부여받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설움을 표출했다. 지난해와 올해도 그녀의 행보가 돋보이는데,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과 ‘쌈 마이웨이’에서 각각 금촌댁, 백설희 엄마 역을 맡으면서 차진 연기로 이번엔 중년 팬들의 마음까지 단박에 사로잡았다.
코맹맹이 말투에, 깊은 주름, 넉살 섞인 미소, 그리고 따뜻한 눈빛까지. 이정은은 남자와 여자를 모두 제압할 수 있는 진정한 스크린(브라운관)의 지배자이다. 상처와 분노로 얼룩진 연민 가득한 모습부터 외로움과 슬픔에 아파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영화 ‘군함도’에서는 부인회 회장을, ‘옥자’에서는 동물 옥자의 목소리 연기 및 휠체어 탄 여자 역으로서 작품에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고, ‘보안관’과 ‘재심’,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도 모습을 드러내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하고, 때로는 가슴 뜨겁게 만든 작품 뒤에는 명품 배우 이정은이 존재한다.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심(心) 스틸러’다. 아직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면, 앞으로 보게 될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에 놀라게 될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정은 소속사 및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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