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인생투' 류희운, 패배에도 싹 튼 에이스의 출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28 22: 51

류희운(22·kt)이 '인생투'를 선보였다. 팀 패배로 빛이 바랬으나 kt의 희망으로 떠오르기에 충분했다.
류희운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전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2피홈런) 3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110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이자 역대 최다 투구수다.
류희운은 팀이 4-3으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팀이 7회 동점을 내주며 승리가 지워졌다. 이어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주며 4-5 패배. 류희운의 역투는 빛이 바랬다.

그러나 류희운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낸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진욱 kt 감독은 류희운을 칭찬했다. 김진욱 감독은 "(류)희운이가 유독 연패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잦다.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보다는, 부담을 덜고 편하게 경기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김 감독은 "시즌 초반만 해도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는데, 이제 100구까지는 쉽게 가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27일 경기 전에는 이듬해 시즌 류희운의 모습까지 그렸다. 김 감독은 "사실 희운이의 스타일만 보면 불펜이 어울린다. 속구-슬라이더 위주의 투구에 폼도 단조롭다. 하지만 '무조건 돌격'을 외칠 것 같은 겉보기와 다르게 완급조절 하는 여유가 있다. 내년 시즌 우리 팀 선발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평소 유망주 칭찬을 아끼지 않는 김진욱 감독이지만 류희운에게는 유독 후했다.
이유있는 호평이었다. 류희운은 이날 전까지 선발로 나선 최근 세 경기서 14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무패, 평균자책점 3.07로 호투했다. kt는 7월 16경기에서 2승14패를 기록 중인데 그 중 1승이 류희운의 몫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류희운이 연패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지만 내심 '연패 스토퍼' 역할을 기대했을 터.
류희운은 그 기대에 100% 부응했다. 가히 데뷔 후 최고의 역투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6이닝을 던졌는데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허용했다. 그래도 실점하지 않았던 건 김진욱 감독이 칭찬한 완급조절 덕분이었다. 연속 안타는 한 차례도 없었다. 연속 출루도 5회 2사 후 볼넷과 2루타가 전부였다.
눈에 띄는 건 나성범을 제외한 22타자 상대로 3볼넷 무피안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물론 나성범에게 맞은 3안타 중 두 개가 홈런이었던 탓에 3실점했지만 이는 류희운이 못했다기보다 나성범이 워낙 잘 때린 영향이었다.
류희운은 팀이 4-3으로 앞선 7회부터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대로라면 데뷔 후 최고의 역투를 펼친 가운데 시즌 4승(3패)째를 챙기는 셈. 하지만 단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류희운의 뒤를 이어 7회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이 1사 후 이상호에게 2루타, 김성욱에게 3루타를 맞으며 곧바로 균형을 허용한 것. kt 벤치는 곧장 김사율 대신 심재민을 투입했다. 필승조의 투입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이날 포함 최근 4경기 4⅔이닝 1패1홀드1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 중인 김사율에게 필승조 역할은 버거웠다.
거기에 연장 10회 실점으로 경기는 패했다. 하지만 류희운이 'kt의 프랜차이즈 에이스' 가능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경기였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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