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통산 120승' 장원준, 전설길 걷는 에이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25 22: 12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특유의 꾸준함을 앞세운 장원준(두산)이 통산 120승 고지에 올라섰다. KBO리그 역대 15번째이자 좌완 2호의 대기록이다.
장원준은 25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2-3으로 뒤진 7회 오재일과 닉 에반스의 백투백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6-5 승리. 장원준은 승리투수가 됐다. 세 가지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시즌 8승이자 후반기 첫 승, 그리고 개인 통산 120승이었다.
지난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장원준은 이날 전까지 332경기서 119승(101패)을 기록 중이었다. 롯데에서 8시즌 동안 85승을 거둔 장원준은 2015시즌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고 74경기서 34승을 챙겼다.

도전 가능성은 충분해보였다. 장원준은 올 시즌 kt 상대로 두 경기에 선발등판해 14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 중이었다. 피안타율은 무려 9푼3리, 1할도 채 되지 않았다.
강세는 비단 올 시즌만이 아니었다. 장원준은 kt 상대로 통산 네 경기서 24⅔이닝을 던지며 4승,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kt의 천적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장원준은 이날도 깔끔했다. 장원준은 kt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 단 하나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3이닝 퍼펙트. 이때까지 투구수는 47개였다. 그러나 장원준은 4회 갑자기 흔들렸다. 1사 후 정현에게 이날 경기 첫 출루를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로하스의 우선상 2루타로 1사 2·3루, kt는 윤석민의 유격수 땅볼과 박경수의 우전 안타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유한준이 우중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를 때려내며 박경수마저 홈을 밟았다. kt의 3-2 역전.
장원준은 흔들리지 않았다. 5회와 6회에도 연이어 삼자범퇴로 kt 타선을 식혔다. 바꿔 말하면, 4회를 제외한 나머지 5이닝을 퍼펙트로 처리한 것이다. 그만큼 위력적인 투구였다. 속구 39구 중 스트라이크는 단 20구에 불과했음에도 관록으로 버텼다.
하지만 장원준이 제아무리 잘 던져도 통산 120승 달성에는 타선의 도움이 필수였다. 두산 타선은 6회까지 10안타를 때려내고도 2득점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장원준의 120승은커녕 시즌 7패에 몰릴 상황이었다. 6회까지 103구를 던진 장원준은 등판을 더그아웃에서 마무리할 채비를 했다.
바로 그 순간, 잠잠하던 두산 타선이 터졌다. 두산은 7회 1사 후 오재일과 에반스의 백투백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두산의 시즌 팀 다섯 번째 백투백 홈런. 장원준에 이어 김강률(⅔이닝 무실점)-이현승(1이닝 무실점)-이용찬(1⅓이닝 2실점)이 차례로 등판해 승리를 지켰다.
통산 120승 고지에 올라선 건 장원준이 역대 15번째다. 현역 선수로 범위를 좁혀도 배영수(한화·134승), 임창용(KIA·123승)에 이어 세 번째다. 좌완 투수 중에서는 송진우(한화·210승)에 이어 두 번째 대기록이다.
데뷔 초반만 해도 장원준의 별명은 '장롤코'였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들쭉날쭉한 투구를 선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제 그 별명은 '장꾸준'으로 바뀌었다. 경험이 쌓이자 원숙해졌다.
이제 장원준은 꾸준을 넘어서 KBO리그 역사에 남을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수원=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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