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봉준호 "안서현, 200대1로 캐스팅..미자와 정말 닮았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29 17: 59

 (인터뷰①에 이어)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로부터 거대한 제작비와 더불어 창작의 자유까지 100% 부여받았다. 그만큼 넷플릭스와 플랜B 측이 봉 감독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게다.
‘옥자’에는 한국 배우 변희봉, 최우식, 안서현을 비롯해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스티븐 연 등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이 출연했다.
옥자의 친구인 산골소녀 미자 역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안서현이 봉준호 감독의 지지를 받아 캐스팅됐다. 아직 중학생이지만 과감한 액션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안서현은 파워풀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이끈다.

봉준호 감독은 “안서현은 2100 대 1이 아닌 200대 1의 경쟁률을 거쳐 캐스팅됐다. 200명 정도였는데 2000명으로 정보가 잘 못 나간 듯하다(웃음)”며 “많은 배우들을 만났지만 안서현 양은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봤었다”고 캐스팅에 대한 전말을 들려줬다.
이어 봉 감독은 “황인호 감독의 ‘몬스터’를 보고 서현양의 연기에 반했다. ‘살인의 추억’ 연출부였던 이용주 감독이 ‘서현이의 연기를 보라’고 추천해서 ‘몬스터’를 봤는데 저도 보면서 데굴데굴 구르며 웃으며 봤다”고 부연했다.
이른바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봉 감독은 안서현에게 연기적 지시는 특별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어떤 분들은 서현 양을 만나서 어떻게 연기적 조련을 했느냐고 물어보시는데 특별히 한 이야기는 없다. 그 친구는 이미 준비가 돼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는 관점도 있는 프로(배우)이다. 가장 좋은 점은 들뜨는 법이 없다는 건데 틸다 스윈튼이나 제이크 질렌할과 연기한다는 것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더라. 물론 배우로서 열심히 했지만 흥분하거나 들뜨지 않더라. 담담하게 가는 게 미자랑 정말 닮았다.”
‘괴물’에서 돌연변이 괴물을 사실적인 CG로 구현해내며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보인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통해 지금껏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가장 독창적인 캐릭터 옥자를 탄생시켰다.
어느 날 우연히 이수교차로를 지나가다가 옥자의 모습이 그려졌다는 봉 감독은 “고가 밑에 돼지 같은 것을 봤다. 저희는 그런 것을 봤다고 표현하는데 제가 상상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수고가도로에 꽉 찰 정도로 돼지가 소심하게 앉아 있더라(웃음)”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2001년도쯤에 제가 썼던 시나리오 중 한 산골 소녀가 시가 1억 상당의 산삼을 발견해 도시로 팔러 나가는 내용을 쓴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소녀에게 얼마나 나쁜 사람들이 많이 달라 붙었겠나. 오래 전부터 상상했던 것들이 합쳐져 옥자와 미자는 그렇게 나왔다. ‘왜 클까?’라는 점은 유전자 변형 식품처럼 일부러 상업적으로 늘렸다고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옥자’를 통해 환경 문제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봉 감독 특유의 유머를 살려 재치 있게 살렸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옥자’라는 동물을 통해 자연 존중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것. 그러나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과 기자, 평단에서는 ‘옥자’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결말에 대한 예측 가능하다거나 후반부가 평범하다는 반응이 있어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플란다스의 개’부터 ‘설국열차’까지 항상 혹평과 호평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시간이 지나길 바라고 있다. 저의 행복한 고민이지만, 프라이팬이 뜨겁게 달궈져 있을 때 음식재료를 던지면 탄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기대치가 높아서 부담감은 있긴 한데 예전에 무관심도 겪었던 사람으로서 (이런 관심이)행복하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