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③] 옥자·홍상수&김민희·변성현…'논라너' in 칸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6.29 08: 59

올해 상반기 국내 영화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칸영화제다. 올해 5월 열렸던 제70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가 무려 5편이나 공식 초청되며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영화들의 선전이 빛났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로 첫 경쟁 부문 진출의 감격을 누렸고, 홍상수 감독은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로 동시에 2편이 초청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변성현 감독과 정병길 감독은 각각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악녀'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여느 때보다 많은 영화가 칸에 입성한 만큼, 이슈도 많았다. 올해 칸영화제로 향한 한국영화들이 과연 어떤 이슈 혹은 논란을 몰고다녔는지 짚어봤다. 
#칸 삼킨 '옥자', 이슈로는 황금종려상감 
'옥자'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와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서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칸 입성 전부터 '옥자'는 최고의 뜨거운 감자였다.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영화가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을 두고 "프랑스 법을 위반했다"는 프랑스극장협회 등 프랑스 내부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파장이 커지자 칸영화제 사무국 측은 내년 영화제부터는 경쟁부문 진출은 프랑스 내 극장 개봉작에만 제한을 두도록 규정을 전격 변경했다. 
통역의 오류라고 정정되긴 했지만, 칸영화제 개막과 동시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스크린에 상영되지 않는 작품에 상이 돌아가는 것은 모순"이라고 언급하면서 '옥자'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말이 와전됐다"고 논란이 된 발언이 통역의 오류에서 발생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옥자'가 전 세계 취재진 앞에서 첫 선을 보이는 공식 기자시사회에서는 마스킹 문제로 시작한지 8분 만에 영화 상영이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상영에 앞서 스크린에 뜬 넷플릭스 로고에 야유와 환호가 엇갈리며 새로운 플랫폼을 둘러싼 갈등을 느낄 수 있었다. 
화제작인만큼 칸영화제 초반인 3일째에 공식 상영된 '옥자'는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4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해외 언론의 평가는 엇갈렸다. 가디언즈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넷플릭스는 '옥자'가 작은 화면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정말 만족할 수 있느냐. '옥자'를 아이패드용으로 축소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라고 5점 만점을 매렸지만, 텔레그래프는 "소녀와 돼지의 이야기로 관개에게 울림을 오히려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3점을 줬다. 넷플릭스 최초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한 '옥자'. 그러나 이슈 면에는 황금종려상 감이었다. 
#"우리 사랑하고 있어요"…여전했던 홍상수, 그리고 김민희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지난 3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국내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로 인정한 이후 약 2개월 만에 칸영화제를 통해 다시 공식석상에 모습을 함께 드러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처음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로 인정했던 자리였다면, 칸영화제는 여전히 굳건한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후폭풍에서 몸을 숨겼던 국내에서와는 달리, 칸에서는 자유로운 애정 행각이 계속 됐다. 국내에 비해 보는 눈이 극히 드문 만큼 두 사람의 행동반경은 매우 자유로웠다. 공식 석상에서도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당당한 태도로 다시 한 번 서로를 향한 사랑을 과시했다. 홍상수 감독은 '뮤즈'이자 '연인'인 김민희와의 작업에 대해 "한국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다시피 김민희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내게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두 편의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 역시 이러한 사랑을 확인시키는 듯한 작품이었다. 당초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고, 김민희가 조연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던 '클레어의 카메라'는 온전히 김민희만을 위한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고, '그 후' 역시 '뮤즈' 김민희의 매력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홍상수식 유머와 톤으로 관객을 만났다. 홍상수 감독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김민희였다. 
#'불한당' 7분간의 기립박수…더 아쉬운 변성현 감독의 논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은 칸에 입성하기 전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의 SNS 논란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변 감독은 대선기간 특정 후보 비방 발언과 함께 지역·성적 차별적 언급 등 SNS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자숙의 의미로 칸영화제 불참을 선언했다.
변성현 감독의 빈 자리는 '깐느박' 박찬욱 감독이 채웠다. 박찬욱 감독은 '불한당'으로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을 에스코트하는 것은 물론, 공식 상영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들을 배웅했다. 박찬욱 감독의 이러한 배려는 앞선 논란으로 끝내 불참을 선언한 변성현 감독 없이 칸영화제에 참석하게 된 배우들을 위한 것이었다. 
'불한당'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칸의 입맛을 만족시키며 공식상영회에서 무려 7분 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주연을 맡은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은 멈추지 않는 뜨거운 기립박수에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을 누렸고, 공식 상영회 이후에는 외신의 호평이 쏟아졌다. 과연 변성현 감독이 참석했다면 어땠을까. 영광이 빛난 만큼, 빈 자리의 아쉬움도 컸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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