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옥자’가 흥행한다면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7.06.29 15: 49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빅3'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에서 개봉하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도 흥행에 대한 전망은 청신호다. ‘옥자’의 흥행이 국내 영화계에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27일 현재 ‘옥자’의 예매율은 12%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를 넘어섰다. '옥자'의 예매율은 놀라운 수치다. 동시 개봉을 반대하는 3대 멀티플렉스의 상영 불가 방침에 단관극장과 예술영화관에서의 개봉을 확정했고, 극장에서 ‘옥자’를 보려는 관객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가 소중한 가족인 옥자를 구하기 위해 탐욕스러운 글로벌 기업 미란도와 싸우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마더’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스티븐 연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다. 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작품이다.

‘옥자’가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 개봉해 흥행한 사례를 만든다면 다음에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하는 영화는 멀티플렉스에서도 쉽게 거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극장은 결국 관객이 지갑을 여는 영화를 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수준 높은 관객들은 온라인에서 공개되더라도 극장에서 봐야 하는 필요를 느낀다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옥자’의 예매율이 그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훌륭한 콘텐츠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많은 사람은 비교적 값싼 여가를 보내기 위해 애쓸 것이고, TV드라마와 영화 등은 여가를 보내기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다.
바꿔 말하면 콘텐츠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미 콘텐츠에 돈을 써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진 상황에서 허접한 콘텐츠에 돈을 쓰기보다는 제대로 된 콘텐츠에 돈을 쓰겠다는 인식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옥자’의 방식은 분명 국내 영화 제작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국내 영화 시장 속 자본 속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닌 대규모 자본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 자본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서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국내 영화계에도 관객에게도 좋은 일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봉준호라는 거장 감독이 물꼬를 텄고,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 역시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옥자’가 기대만큼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옥자’는 공고한 멀티플렉스 체제에 파문을 던진 것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작품이다./pps2014@osen.co.kr
[사진] '옥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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