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④] 김민희·손예진·김옥빈, 韓영화 이끈 여전사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29 08: 59

 여배우들이 활약할 무대가 비교적 적지만 그럼에도 기세가 심상치 않은 배우들이 있다. 바로 김민희, 손예진, 김옥빈이다. 선뜻 덤비기 힘든 역할도 꿋꿋하며 세차게 해낸다. 올 상반기 가장 빛났던 세 배우들의 활약을 돌아본다.
김민희를 몇 년간 지켜본 관객들은 그녀에게 더 큰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 사실 김민희처럼 지난 몇 년동안 이미지가 급속하게 변한 배우도 드물지 않을까싶다. 작품 안에서의 무게감 역시 마찬가지다. 비슷한 역할을 반복하지 않고 나름대로 계속 변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 2월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김민희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의 배우가 베를린을 비롯해 칸, 베니스 등 3대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2007년 칸 영화제 ‘밀양’(감독 이창동)에 출연한 전도연 이후 10년 만의 성과였다. 김민희는 지난해 ‘아가씨’(감독 박찬욱)에 이어 올해 ‘그 후’·‘클레어의 카메라’(감독 홍상수)를 통해 2년 연속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번 수상은 김민희가 그동안 펼쳐온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연기의 정점에 서있지만, 홍상수 감독과의 스캔들로 스스로 제한적인 무대에만 나서고 있다. 사생활 논란으로 인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의 행보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기에 미모까지 겸비한 손예진은 척박한 여배우 땅에서 아름답게 핀 ‘흥행의 꽃’이다.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고 있는데 여느 남자 배우 못지않게 용감하다.
마르고 앙상한 체구를 지녔지만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나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발판 삼아 성장해온 그녀는 나이가 들수록 전성기를 누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백상예술대상에서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로 여자최우수상을, 춘사영화상에서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성공이 보장된 남자 배우들을 내세운 ‘브로맨스’ 작품이 쏟아지는 현실인데 손예진은 연속적으로 작품에 캐스팅되며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쌓아 올리고 있다. 매년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뤄내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 어찌 기대되지 않을 수 있을까.
김옥빈은 올해 31살이지만 그간의 실적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2005년 영화 ‘여고괴담4’로 데뷔해 올해로써 13년차로 접어들었는데 벌써 칸 국제영화제에 두 번이나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에 이어 올해 개봉한 액션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를 통해서다.
여성적 장르인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는 점점 약해지고, 남성 중심 액션 범죄 스릴러가 활개를 치고 있는 가운데 김옥빈은 남성들의 영역인 액션에 전면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반전을 보여줬다. 여성 원톱 영화는 안 된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깬 것이다.
김옥빈 역시 김민희, 손예진과 마찬가지로 매 작품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스타일이다. 단 한 번도 쉬운 작품을 택하는 일이 없었고, 그곳에서 약하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제 그녀의 대단한 변신을 그저 즐겁게 지켜볼 일이다. ‘킬 빌’의 우마 서먼보다 멋지게 칼과 총을 다루는 김옥빈의 모습이 짜릿하지 않은가./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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