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②] '더킹'·'특별시민'·'노무현입니다', 현실 반영 정치활극 봇물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29 08: 59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영화가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기를 쓰고 만들어도 영화를 통해 깨끗한 정치를 실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또 어떠한 영화가 정치·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극장에서 막을 내리는 순간 금세 잊히곤 한다.
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은 영화들은 엄밀히 존재한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더 킹’ ‘보통사람’ ‘노무현입니다’, 선거전을 그린 ‘특별시민’ 등 현실 정치를 반영한 작품이 꽤 여러 편 선보였다.

먼저 누적 관객수 531만 6015명을 동원한 ‘더 킹’(감독 한재림)은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권력의 정점을 찍고 싶었던 검사 박태수(조인성 분)가 권력의 설계자인 선배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핵심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나 인생이 흔들리는 이야기를 그린 정치 드라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군림하며 화려한 삶을 누리고 있는 고위 권력층들의 모습을 거침없이 그려낸 ‘더 킹’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하는 스토리를 속도감 있게 전개해나가며, 정치 검사들의 화려한 세계와 그 이면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이명박 정권 시절까지, 30여 년에 이르는 현대사를 아우르며 정치와 권력에 대한 풍자를 웃음으로 버무렸다.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서울시장 변종구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그렸다. 때마침 19대 대선을 앞두고 개봉했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관객들의 관심이 한층 높게 깔렸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표현해 마치 우리나라의 현 정치판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을 안겼다.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이자, 탁월한 정치 감각과 철저한 이미지 관리로 선거전을 선도하는 후보 변종구 캐릭터를 위해 배우 최민식은 표정과 대사 한마디에도 섬세함과 정확성을 기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그의 연기가 작품을 보는 재미를 배가했다.
직접적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노무현입니다’는 정권이 바뀐 후 소위 말해 '흥행 대박'을 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대선을 통해 환기된 여론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문재인 정부가 이 작품에 커다란 도움이 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2년 대선 때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2%의 지지율로 시작한 노무현이 우여곡절을 거쳐 대선후보 자리에 올랐던 과정을 생생하게 되짚는다. 그의 어떠한 면모가 국민들의 자발적 지지를 이끌어냈는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생한 경선 현장의 연설, 시민들의 유세 영상과 함께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증언을 통해 세밀하게 들려준다.
이 영화는 장르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사실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45도 각도나 옆모습을 담는 게 정석인데, 그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앵커컷을 택했다. 또 자료 영상과 인터뷰만으로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무엇보다 손익분기점을 훨씬 뛰어넘는 누적 관객수(181만 1547명)를 기록한 역대급 다큐멘터리로 남게 됐다.
하반기에도 정치극의 라인업이 탄탄하게 꾸려졌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8월, 1987년 민주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담은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은 강동원,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여진구 등과 촬영 중이며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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