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그 후’ 김민희 만난 홍상수의 또 다른 사랑 이야기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6.28 14: 46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네 번째로 함께 작업한 작품인 ‘그 후’는 전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비해 덜 노골적이다. 여전히 불륜을 다루고 있지만 김민희는 불륜의 주체가 아닐 뿐더러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을 연기한다.
지난 5월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해외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영화 ‘그 후’는 부하직원 창숙(김새벽 분)과 사랑에 빠진 출판사 사장인 유부남 봉완(권해효 분), 그리고 창숙으로 오해받은 여자 아름(김민희 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베일을 벗은 영화 ‘그 후’는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보다 훨씬 가볍고 유쾌했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포진돼 있는 영화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시시 때때로 폭소를 유발한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권해효지만 김민희 역시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사랑을 갈구하며 힘들어 하는 여인의 모습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삶 자체에 대해 고민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겁하고 뻔뻔한 불륜남 봉완과 반대지점에 있는 아름은 순수하면서도 당당하다. 김민희는 그런 아름이라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분위기와 천진하면서도 단단한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녀는 극 중 많지 않은 분량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 후’에서는 사랑에 대한 고찰보다는 아름이 봉완에게 던진 “왜 사세요?”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삶과 말의 실체, 믿음, 하나님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는 그간의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이질감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김민희 특유의 분위기다.
가벼워진 스토리, 강해진 유머, 깔끔한 결말을 담은 영화는 일반 관객에게도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듯하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그 후’가 일반 관객들에게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k3244@osen.co.kr
[사진] ‘그 후’ 스틸이미지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