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동주' 때 악플 참고해 '박열' 만들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27 23: 02

 ‘박열’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악플을 받아들여 매 작품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남겼다.
이준익 감독은 27일 오후 서울 압구정CGV에서 진행된 ‘박열’의 라이브톡에서 “영화관에서 ‘동주’를 졸면서 보신 분들이 많았다(웃음). 사실 그 영화가 재미있는 작품이 아니라 시대극이지 않나. 어찌됐든 이번 ‘박열’도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재미있게 가야한다는 생각에 ‘동주’ 때의 악플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말해 시작부터 웃음을 더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박열’은 심리극에 가까워서 몰입을 못 하면 30분이 지나면 주무실 수가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열'은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 시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있다.
조선 최초의 궁중광대극 '왕의 남자, 영조-사도세자-정조까지 3대에 걸친 조선의 왕가를 조명했던 '사도', 친구이자 라이벌 관계였던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열사의 청년 시절을 담담하게 그려낸 '동주' 등 다수의 사극을 연출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이준익 감독이 20여 년의 공을 들인 끝에 영화화했다.
이어 이 감독은 “박열의 스토리는 거대한데 상업영화처럼 찍으려면 100억, 200억 원 정도로는 모자란다. 불가능한 여건이라서 충분하지 않다면 차라리 모자란 게 낫겠다 싶었다”라며 “지진 장면 등을 어설프게, 스펙터클한 장면을 보여주느니 안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모습에 집중했고 그게 우리 영화의 주요 포인트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개봉한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의 청년 시절을 정직하게 그렸다.
이 감독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삶과 시를, 어떤 시대의 사람들을 거쳐 이 땅에 남았는지 그 과정을 온전히 스크린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 전까지는 아니었는데 ‘소원’(2013) 때부터 제 작품을 사람 이름으로 짓고 있다. 예전에는 시대를 바라보며 인물에 접근했었다면, 갈수록 인물을 바라 보면서 시대를 바라보는 접근법으로 바뀌었다”며 “내가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제가 성장할 때는 집단적 사고를 많이 할 시기였다. 일명 ‘꼰대’다. 하지만 개인주의적인 시대로 바뀌며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보게 됐고, 한 시대를 억울하게 산 위인들을 조명하게 됐다”라고 작품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눈앞에 있는 사람을 통해 시대를 바라보면서 작품을 만드는 게 달라진 것 같다”고 부연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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