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고육지책' kt 류희운의 대반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22 21: 52

'고육지책(苦肉之策)' 제몸을 상해가면서까지 꾸며내는 방책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계책을 의미한다. 팀 사정상 깜짝 선발등판하며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kt 류희운(22)이 반전 호투를 선보이며 팀의 6연패를 끊었다. 생애 첫 선발승은 덤이었다.
류희운은 2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전에 선발등판,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91개. kt는 류희운의 호투에 힘입어 롯데를 10-3으로 꺾고 지독했던 6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올 시즌 시작을 퓨처스리그에서 맞은 류희운은 지난 5월 4일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선발등판을 위해서였다. 류희운은 4일 수원 kt전서 데뷔 첫 선발등판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류희운은 3⅔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류희운은 이후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그러나 3경기서 5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9.00, 기대에 못 미쳤다.
기회는 한 차례 더 찾아왔다. 지난 5월 31일, 류희운은 문학에서 SK를 맞아 두 번째 선발등판 기회를 얻었다. 류희운은 이번에도 5회를 채우지 못하며 4⅓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8이닝 8실점. 류희운은 결국 지난 1일 1군에서 말소됐다.
류희운은 지난 14일 포항 삼성전에 앞서 1군에 올라왔다. 보직은 불펜이었다. 류희운은 콜업 첫날인 14일, 삼성을 상대로 4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생투'를 선보였다. 류희운은 타선의 도움을 받아 감격의 데뷔 첫 승을 챙겼다.
김진욱 kt 감독은 류희운에게 선발 기회를 한 번 더 줬다. 그러나 고육지책이라는 표현과 함께였다. 김 감독은 21일 수원 롯데전에 앞서 이튿날 선발투수로 류희운을 예고했다. 당시 김 감독은 "(류)희운이의 선발 투입은 고육지책이다. 아직까지는 선발 체질이 아니다. 임시 선발 개념으로 생각해달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혹시 또 모른다. 이번 기회에 호투하며 내 생각이 틀렸음을 증명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김진욱 감독은 22일 경기에 앞서서도 류희운을 걱정했다. 김 감독은 "앞선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이닝을 거듭할수록 지치는 모습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작전을 수립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초반은 불안했다. 류희운은 선두 전준우에게 볼넷을 내준 뒤 폭투로 2루를 허락했다. 손아섭의 2루타로 전준우가 홈을 밟으며 너무도 쉽게 선취점을 빼앗겼다. 1사 후 이대호의 볼넷, 김문호의 적시타로 롯데가 2-0으로 앞섰다.
그러나 타선이 류희운의 부담을 덜어줬다. kt는 1회에만 홈런 한 개 포함 6연속 안타로 대거 5점을 얻어냈다. 그러자 류희운도 힘을 냈다. 류희운은 2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1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억제했다. 4회 대타 이우민에게 내준 홈런이 옥에 티였다. 5회, 상대 중심 타선인 이대호-김문호-강민호를 차례로 범타처리하는 장면은 이날 류희운 등판의 백미였다. 류희운이 마운드에서 5회를 채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류희운은 이날 승리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류희운 본인은 물론 kt에게도 든든한 호투였다. 현재 kt는 선발진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있는 상황이다. 믿을 만한 선발 자원은 라이언 피어밴드와 고영표뿐인데 그마저도 최근 부진하다. 거기에 외인투수 돈 로치도 빠져있는 상황. 이번 주말쯤 복귀가 가능하지만 그래도 5선발 중 두 자리가 빈다. 이러한 상황에서 류희운의 호투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다.
김진욱 감독의 고육지책은 신의 한 수로 변했다. 물론 그걸 해낸 이는 류희운 자신이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