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처음" 강승현, 한화행 비하인드 스토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6.21 05: 41

"이렇게 관심 받는 것,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한화 우완 투수 강승현(32)은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대전 넥센전. 강승현은 5-5 동점으로 맞선 5회 1사 1·2루 위기에 긴급 등판했다. 한화 이적 후 처음 타이트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 강승현은 고종욱을 병살로 처리하며 역전 위기를 막았고, 6회 김태완-박동원-허정협을 3연속 삼진 처리했다. 한화 승리의 결정적 발판을 마련한 날, 강승현은 쏟아지는 인터뷰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입단 10년차 처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였다. 
▲ 롯데 방출, 한화 기회까지

서울고-단국대 출신으로 지난 2008년 2차 3라운드 전체 18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강승현은 지난해까지 1군에서 3시즌 통산 11경기 1패 평균자책점 15.19에 그쳤다. 140km대 중후반으로 공은 빠르지만, 실전 마운드만 오르면 제구가 되지 않았다. 그때 그에게 붙은 수식어가 바로 '새가슴'이었다. 결국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롯데에서 방출됐다. 그런 그를 눈여겨본 게 한화였다. 
한화 관계자는 "강승현이 롯데에서 방출된 뒤 대전에 와서 테스트를 봤다. (롯데에서 강승현을 본) 정민태 투수코치가 추천을 했다"고 전했다. 강승현은 "롯데에서 방출된 뒤 2주 동안 아무 팀에서 연락이 없었다.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한화에서 테스트를 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테스트받는 자체로도 팀에서 나를 생각해준다는 것에 감사했다"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부모님도 너무 힘들어했다. 야구를 못하게 된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힘들 때 롯데에서 함께 뛴 조성환·장성호 선배님이 매일 전화 와서 힘내라고 하신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난관이 있었다. 당시 한화는 보류선수명단에 인원이 차고 넘쳤다. 또 다른 한화 관계자는 "KBO 규약이 바뀌어 11월30일 보류선수 명단에 제외된 선수는 육성선수 계약이 되지 않았다. 정식선수로만 등록해야 했는데 우리 팀 사정상 선수가 너무 많아 그럴 수 없었다. 1월30일 이후 육성선수로 계약해야 했다. 우리 팀은 강승현과 계약할 의사가 있었지만 선수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 사이 다른 팀에서 제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의를 저버리지 않은 선수"라고 말했다. 
해가 바뀌어 올해 1월30일까지 강승현은 공식적으로 한화 신분이 아니었다. 1월30일 이후 육성선수로 정식 계약하자마자 2월 일본 고치로 퓨처스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당시 한화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육성이라고 너무 기죽어있지 말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투수 출신의 최계훈 2군 감독을 만나 포크볼을 배우며 레퍼토리를 추가했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 중간·마무리로 뛰며 가능성을 보였고, 1군 기회가 왔다. 지난 6일 이재우가 현역 선수를 은퇴하며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 한화 불펜 핵심으로 성장
1군에 올라온 강승현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나오는 추격조를 맡았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공도 빠르지만 불리한 카운트에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슬라이더에 포크볼까지 던진다. 등판 첫 날은 첫 타자에게 바로 홈런을 맞았지만 투수라면 늘 홈런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며 "몇 차례 경기에 나오더니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고 기대했다. 
결국 20일 넥센전 승부처 호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직구는 최고 147km까지 찍었고, 절묘하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3개의 삼진을 뺏어냈다. 1군 등록 뒤 7경기에서 7⅔이닝을 소화하며 4피안타(2피홈런) 2볼넷 14탈삼진 3실점 평균자책점 3.52. 이닝당 2개에 가까운 탈삼진 능력에서 나타나듯 강속구-포크볼 조합이 위력적이다. 한화 불펜은 강승현이란 새로운 카드를 추가했다. 
강승현은 "위닝샷으로 포크볼을 만들면서 좋아졌다. 겨울 내내 2군에서 감독·코치님들과 상의해서 그 전까지 던지지 않은 포크볼을 던지고 있다. 슬라이더랑 서클체인지업을 던졌지만, 체인지업은 던질 때 티가 많이 나서 포크볼만 던지고 있다"며 "그동안 운동하면서 장난기도 있고,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한화에 와선 진지해졌다.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 영상도 찾아보고 여러 가지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처음 육성선수 신분으로 입단할 때는 세 자릿수 등번호 112번을 썼지만 이젠 1군에서 11번 두 자릿수 번호를 쓴다. 강승현은 "처음에는 나이도 있기 때문에 세 자릿수 번호가 조금 창피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된 것 같다. 더 악착 같이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감독·코치님이 내보내주시는 대로 열심히 하겠다. 1~2군 왔다갔다하지 않고 1군 경기 자주 나갈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굳게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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