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만 신뢰’ 박정권, SK 대포군단 마지막 퍼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21 05: 30

SK 주장이자 좌타 라인의 핵심인 박정권(36)은 올 시즌 클럽하우스와 덕아웃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SK가 새 외국인 감독 체제에서 순항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박정권의 리더십을 뽑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초반 부진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출전 기회도 잃었다. 4월 말까지 2할7푼의 타율을 기록했던 박정권은 5월 한 달 동안 타율이 2할에 머물며 5월 말 시즌 타율이 2할3푼6리까지 추락했다. 공이 방망이에 맞지 않는데 자신의 존재가치인 장타가 나올리는 없었다.
성적만 놓고 보면 2군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다. 실제 중간중간 팀의 1·2군 이동 당시 박정권의 2군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정권은 한 번도 2군에 가지 않고 1군을 지켰다. 팀 내 사정도 있었지만 역시 트레이 힐만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가 밑바탕에 있었다.

힐만 감독은 6월 초 당시 박정권의 문제점에 대해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2군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힐만 감독은 “박정권이 힘을 전달하는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몇몇 타격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성과가 좋다”라며 더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 프로그램 덕인지 박정권의 타격 그래프는 6월 들어 오름세를 타고 있다.
박정권은 20일까지 6월 타율이 3할3푼3리에 이른다. 30타수에서 홈런도 세 방이나 쳤고 타점도 8개를 올렸다. 5월 60타수에서 1홈런, 4타점에 그친 박정권임을 고려하면 절반의 기회에서 배의 생산력을 올린 셈이다. 컨택이 좋아지면서 서서히 장타가 나오고 있다는 것도 반갑다. 20일 NC전에서 최금강을 상대로 친 홈런은 박정권 특유의 힘과 방향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박정권이 원 위치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한 방이었다.
박정권이 거포 군단 SK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지는 매우 중요하다. SK는 팀 홈런 1위와 별개로, 팀 타율은 2할6푼5리로 리그 9위다. 그래서 홈런이 나오지 않는 날은 공격이 정체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현재 팀 구성상 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는 어렵다. 차라리 홈런을 꾸준하게 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현 구단 상황에서는 더 쉽고 올바른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정권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최정 한동민 김동엽이 홈런 레이스를 이끌었다. 그러나 홈런이라는 것은 안타보다 나오기 어렵고, 당연히 일관성을 유지하기 더 어렵다. 페이스가 떨어질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권과 로맥, 정의윤과 같은 선수들이 한 번쯤 전면에 나서 팀의 홈런 페이스를 끌어줘야 홈런 맥이 끊기지 않는다. 박정권은 분명 팀 내에서도 힘은 인정받는 선수다. 한편으로는 성적이 있어야 주장으로서의 체면도 산다는 점도 생각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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