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불명예’ 힐 부진, 류현진 입지 강화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21 05: 18

LA 다저스, 아니 정확히 말해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는 지난해 7월 트레이드 시장에서 리치 힐(37)을 영입했다. 부상의 늪에 빠진 선발진 강화를 위한 포석이었다.
유망주, 실패한 복권, 부상 악령, 독립리그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힐은 지난해 다저스 합류 후 6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1.83의 호투를 펼치며 다저스 수뇌부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한때는 인간승리의 사례로도 뽑혔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맺은 힐과의 3년간 4800만 달러 계약은 아직도 물음표로 남아있다. 힐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아서다.
팀의 2선발로 시작한 힐은 분명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8경기에서 35이닝을 던지는 데 그치며 3승3패 평균자책점 5.14를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지난해 1할9푼5리에서 2할5푼4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00에서 1.57로 큰 폭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부진한 투구 내용이다.

LA 다저스 역사에 남을 만한 불명예도 이미 안았다. 힐은 올 시즌 아직 한 번도 5이닝 초과 소화 경기가 없다. 최다 이닝이 5이닝, 그나마 5이닝도 못 던진 경기가 4번이었다. 물집 여파도 있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지난해 막판 2경기를 합쳐 선발 10경기 연속 5이닝 이하 소화인데, 이는 LA 다저스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기존 기록은 2010년 카를로스 모나스테리오스의 9경기, 2위 기록은 지난해 마에다 겐타의 8경기였다. 그러나 힐은 엄연히 3년간 5000만 달러에 가까운 비교적 거액 계약을 맺은 선수라는 점에서 실망감은 더하다. 현지 언론도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선발로도 부진하고, 그렇다고 불펜으로 쓸 수도 없으니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성적만 놓고 보면 당연히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해야 할 수준이다. 클레이튼 커쇼, 알렉스 우드, 브랜든 매카시, 류현진은 고사하고 최근 보여준 투구 내용은 불펜으로 내려간 마에다보다도 못하다. 단지 3년 4800만 달러라는 계약, 그리고 구단 프런트의 의중이 깊게 관여된 선발 유지라는 시선이 강하다. 떨어지는 이닝소화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남모를 고민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프런트도 계속 힐을 감싸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5이닝 이상을 담보하지 못하는 선발투수의 계속된 기용은 불펜 부하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언론과 팬들이 가세한 비판 여론을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한때 치열한 5선발 경쟁을 벌인 류현진과 마에다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도 있다. 같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다저스 프런트가 힐의 보직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느냐, 그리고 어느 시점에 결단을 내리느냐는 것이다. 당분간, 즉 1~2경기 정도는 힐의 투구 내용을 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다저스로서는 힐이 원래 모습을 찾아 선발진에 힘을 보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힐의 올해 모습은 그 이상적인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이래나 저래나 복잡한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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