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길’ 걷는 박세웅의 타고난 본능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6.21 05: 50

어리다고 무시할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2)은 자신의 타고난 본능을 과시하며 ‘에이스의 길’을 사뿐사뿐 걸어가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 20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의 10-2 승리를 이끌었고, 자신은 시즌 8승(2패)째를 따냈다.
6연패 중이었던 롯데에겐 중요한 일전이었고, 박세웅 스스로에겐 많은 부담이 얹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날 역투를 통해 박세웅은 왜 올 시즌 ‘에이스’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팀의 6연패를 끊어냈고, 자신 역시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이전 2016년 7승) 기록까지 동시에 경신했다.

박세웅은 일전에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나는 아직 에이스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부족하다. 아직 그저 첫 번째로 나가는 투수일 뿐이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의 타고난 본능은 그의 손사래에도 그에게 에이스의 길을 걷게끔 만들고 있다.
6연패를 끊어낸 20일 경기뿐만 아니라, 올 시즌 가장 많은 실점을 허용했던 지난 13일 사직 KIA전은 그의 에이스 본능을 확인할 수 있던 대표적인 예였다. 박세웅은 당시 초반 제구 난조에 시달리면서 첫 2이닝 동안 5실점했다. 투구 수는 47개였다. 이닝 소화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완급조절 능력을 과시하면서 최소 투구 수로 이닝을 끊어갔다. 7회 1사까지 4⅓이닝 동안의 투구 수는 64개였다. 이전 6회를 기준으로 치면 박세웅은 4이닝을 단 46개의 공만 던졌다.
한 해설 위원은 “박세웅이 지난해의 모습이었다면 초반 대량실점을 한 뒤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조기에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의 박세웅은 마운드 위에서 평정심을 찾고 차분하게 던지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박세웅 스스로는 “아직 평정심이 부족하다. 사실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좋아졌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잘 없는 것 같다”고 여전히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냉혹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분명, 에이스로 거듭난 모습을 마운드 위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14년 kt에 지명이 됐을 때부터 박세웅은 ‘팀을 이끌어나갈 에이스의 재목’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빠른 시일에 그가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박세웅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법을 터득했고, 마운드 위에서 어떤 타자와도 승부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다. 타고난 에이스의 기질을 무시할 수 없었다.
또한, 매 이닝이 끝나고 박세웅은 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팀원들을 독려한다.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자신의 투구 내용이 혼자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20일 경기 후 박세웅이 밝힌 소감은 이제 박세웅에겐 에이스라는 칭호가 절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는 "팀이 연패 중이라는 것에 부담감도 있었지만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던졌다"라며 "매 경기 책임감을 갖고 던질 것이다. 오늘 투구로 만족이나 방심하지 않고 다음 경기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박세웅은 타고난 본능과 기질로, 이제 막 에이스의 길에 접어들었다. 때로는 외롭고 고독한 길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20대 초반이다. 에이스의 길 끝에 박세웅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 있게 될까.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