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김대우, 10년차의 재도전 결말은?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6.21 05: 50

현역 시절 투수와 타자, 그리고 다시 투수로 포지션을 오간 김광삼(37) 현 LG 재활군 코치에겐 ‘트랜스포머’란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이 전철을 김대우(33·롯데)가 따르게 됐다. 김대우는 최근 타자에서 투수로 재전향을 하면서 프로 10년차에 다시 한 번 도전과 모험의 여정을 떠나게 됐다.
김대우의 올 시즌 KBO리그 등록 포지션은 내야수다. 그러나 그는 이제 더 이상 내야수가 아니다. 다시 투수에서 프로 생활의 커리어를 이어간다. ‘다시’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김대우의 프로 입단 당시 포지션은 투수였다. 투타에 모두 재능을 가졌던 그는 광주일고를 졸업하는 해였던 2003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번으로 롯데에 지명됐다. 그러나 그는 해외 무대 진출을 노렸고, 고려대 진학 이후 상무 군 복무와 대만 리그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8년이 되어서야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야구천재’의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받았지만 투수로서의 데뷔 초창기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강속구를 던졌지만 제구 불안이 발목을 잡았고 데뷔전이던 2009년 4월25일 사직 LG전에서 5타자 연속 볼넷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2010년까지 투수로서 4경기(9⅓이닝)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6.39의 성적을 찍었다. 이후 어깨 부상에 시달리자 결국 지난 2011년부터 타자로 전향했다.

재능과 신체조건은 타고났다. 장타력에 스피드까지 갖춘 그의 잠재력이 폭발할 경우 호타준족으로 성장할 가능성까지 지녔다. 지난 2013년 김시진 전 감독 시절에는 한때 팀의 4번 타자로까지 낙점을 받기도 했다. 타자 전향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던 그 시기에도 그의 타고난 재능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
하지만 김대우의 재능은 경험을 앞설 수 없었다. 변화구에 대한 치명적인 약점은 그의 성장을 저해시켰고, 이 약점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가장 많은 기대를 모았던 2013년이 가장 많은 기회를 부여받은 시즌이었고(69경기), 그 성적 역시 타율 2할3푼9리 4홈런 27타점 삼진 66개 볼넷 33개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단 2경기 밖에 나서지 못하면서 김대우의 타자로서 성장이 이제는 완전히 정체된 것이 아닌가 하는 구단의 평가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제대로 된 시즌을 치러보지도 못한 채 김대우의 나이는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었다. 구단과 김대우 본인을 위해서도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얘기가 돌았던 투수 재전향을 구단과 선수 모두의 합의 하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조원우 감독은 지난 20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이번 스프링캠프 도중 투수 전향 분위기가 조성됐었다. 한 번 더 타자로 기회를 줬지만 결국 투수 전향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감독은 "본인이 전향을 원했다. 또한 퓨처스팀 코칭스태프가 나이를 감안해 전향이 맞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배경을 전했다.
구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의 일전에 비슷한 얘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코칭스탭과 선수 모두,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한 결과, 투수 전향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면서 “구단 측도 타자 김대우의 가치와 한계점을 본 것이 아닐까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 퓨처스리그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고 있다. 시작은 좋다. 지난 17일 상동 kt전 1이닝 14구 2피안타 1탈삼진을 기록했다. 빠른공 최고 구속은 최고 152km까지 찍었고 평균 구속도 148km를 마크했다. 포크볼 역시 130~143km까지 찍었다. 공백이 무색한 스피드였다. 2군 관계자는 “김대우의 팔은 이제 싱싱하다. 1~2군 통틀어서 최고 구속이고 상태도 좋다”고 전했다. 더 이상의 부상 여파는 찾아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0년차의 재도전이다. 투수에서 타자, 다시 투수로 전향하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이제는 김대우도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고, 구단으로서도 그의 재능을 한 번 더 믿는 형국이다. 그에게도 이제는 과거 김광삼과 같이 ‘트랜스포머’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현실이 됐다. 김대우는 과연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프로 무대에서, 그리고 롯데 유니폼을 입고 완전히 자리 잡는 ‘해피엔딩’을 마주할 수 있을까. 김대우의 도전과 모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jhrae@osen.co.kr
[사진] 타자 시절 김대우(왼쪽)-과거 투수 시절 김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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