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50경기 성적표, 가을야구를 담보했을까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5.30 05: 50

개막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017 KBO리그도 일정의 ⅓을 넘겼다. 각기 다른 우천 연기 탓에 팀마다 치른 경기 수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KIA와 kt는 28일로 시즌 50경기를 달성했다. 가장 적은 경기를 치른 두산 역시 47경기로 이번 주 중 50경기 돌파가 유력하다.
50경기. 144경기 체제의 34.7%로 ⅓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이제 고작 50경기일 수도, 벌써 50경기나 치른 것일 수도 있다. 절반이 찬 물컵을 보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는 이와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하는 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의 순위표가 가을야구 진출이나 탈락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50경기를 치른 시점의 순위표는 얼마나 믿어도 될까. (※ 50경기 기준은 우천 연기 탓에 팀마다 다르다. 이 기사는 한 팀이라도 50경기를 치른 순간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 50%. 50경기 선두가 최종 1위를 차지한 경우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9년, 50경기 시점에 가을야구 진출권이었던 팀들 중 한 팀 이상은 매년 고배를 맛봤다. 50경기 상위 팀이 그대로 가을야구 티켓을 따낸 건 지난 2007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SK-두산-한화-삼성이 4강을 형성했는데 이 판도는 시즌 말까지 바뀌지 않았다.
또한 50경기 시점의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낸 경우도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6년 연속 50경기 시점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중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건 딱 절반인 세 차례. 나머지 세 번은 50경기 시점까지 SK의 뒤에 있던 팀들이 1위를 차지하며 SK를 밀어냈다.
SK 외의 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4년의 삼성과 2016년의 두산 모두 50경기까지 선두를 유지한 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얻었지만 2013년의 넥센과 2015년의 NC는 아니었다. 최근 10년간 50경기 시점 1위 팀이 정규시즌을 1위로 끝맺은 건 다섯 번. 정확히 50%에 불과하다. 잘 나가는 선두 KIA가 방심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인 이유다.
▲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
지난해 50경기 시점의 순위표는 두산-NC-넥센-SK-LG 순이었다. 그러나 SK의 시즌 최종 순위는 6위. 50경기까지만 해도 8위로 처져있던 KIA가 가을 야구 막차 티켓을 얻은 바 있다. 50경기 시점부터 2위 NC와 6.5경기차로 멀찌감치 달아났던 두산은 최종 93승50패1무, 승률 6할5푼으로 독주 끝에 왕좌에 올랐다.
2015시즌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50경기 시점에서 공동 1위 NC와 삼성은 3위 두산과 한 경기 차를 유지했다. 시즌 끝까지 이들의 '3강 구도'는 유지됐다. 삼성이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으며 NC가 2.5경기차 2위, 두산이 9경기차 3위에 올랐다. 50경기까지 승률 5할4푼으로 5위에 올랐던 롯데는 최종 승률 4할6푼2리로 리그 8위에 머물렀다. 롯데와 반 경기차를 유지하던 SK가 5위로 가을야구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2014시즌에는 잠실 라이벌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50경기 시점까지 승률 5할7푼1리를 기록했던 두산은 최종 성적 4할6푼5리로 리그 6위에 머물렀다. 반면, 49경기 17승31패1무 승률 3할5푼4리였던 LG는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를 입증하며 시즌 승률 4할9푼2리, 4위로 가을야구의 맛을 봤다. 당시 LG는 4위 넥센에 9.5경기 뒤진 꼴찌였다. 그런 만큼 감동이 더 컸다.
근소한 경기차를 유지하고 있던 팀의 약진이야 이해가 된다. 하지만 2014년의 LG는 50경기에서 꼴찌로 처졌던 팀도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다. 최근 10년간 50경기까지 꼴찌였던 팀이 가을야구의 맛을 본 건 2014년의 LG가 유일했다.
▲ 혼돈의 중위권…"마지막까지 알 수 없을 것"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다. 선두 KIA가 2위 NC와 세 경기 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불펜의 난조로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아 불안하다. 시즌의 판도를 가를 중위권 싸움은 더욱 뜨겁다. 특히 가을야구 막차를 타게 될 5위에는 넥센과 SK, 롯데가 5할 승률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번만 미끄러져도 순위표에서는 7위나 8위로 훅 떨어지게 된다. 그만큼 오밀조밀 모여있다.
2위 NC와 8위 kt의 승차는 8경기. 분명 차이가 크지만 '업셋'이 불가능한 격차는 절대 아니다. 9위 한화도 3위 두산과 7.5경기차. 2014년의 LG 같은 기적이 아니더라도 반등을 노려봄직한 상황이다. 또한 5위 그룹에 9.5경기차로 뒤진 꼴찌 삼성 역시 대반전을 포기하기에는 이른 상황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수출신 해설위원 A는 "선두 KIA와 10위 삼성의 순위가 맞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KIA가 반드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는 보장은 물론 가을야구 역시 '안정권'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삼성의 가을야구 진출 실패 역시 예단할 수 없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에도 순위 예측이 어렵다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라며 "시즌 마지막 경기에 순위가 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점쳤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작고한 요기 베라가 남긴 말로 야구 관련 명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문구다. 어쩌면 올 시즌 판도는, 베라의 저 말이 가장 '규정력 있게' 다가올 듯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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